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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실

The reason why I am sad

by 김핸디 2013. 4. 9.



소장입니다.


어제 재미있는 사이트를 발견했습니다. 한 외국인이 자신의 아들이 우는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 왜 우는지를 적어두는 텀블러(블로그)를 개설했더군요. 그곳(http://reasonsmysoniscrying.tumblr.com/)에 들어가서 보면 아이는 늘 자지러지게 울고 있는데, 아빠가 우는 이유를 기록해 놓은것이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우유가 쥬스가 아니라서

미끄럼틀이 별로 미끄럽지 않아서

형의 부츠가 자신에게 맞지 않아서

연못에 못들어가게해서

목욕물을 못 마시게해서


.....


읽다보면 폭소가 절로 터지는 이유들이지요. 그런데 한참을 웃으면서 보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제3자가 우리가 우는 이유, 슬픈 이유를 관찰하고 만든 블로그가 있다면 꼭 이렇지 않을까? 가령 누군가가 '김소장이 슬픈 이유' 라는 블로그를 만들었다고 칩시다. 그 사람이 저에 대해서 포스팅을 한다면,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제 모습의 사진과 함께, 아마 이런 포스트들이 올라올 것입니다.  


현관문이 고장나서

버스를 오래 기다려서

헤드폰을 발로 밟아 부러뜨려서

4월인데 봄옷을 입을 수 없어서

머리가 뻗쳐서

....


흐흐흐. 지나고나면, 자라고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인데... 순간엔 그게 그렇게 슬프고, 억울하고, 화날때가 있지요. 그러나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그저 웃음이 나오는 일들 뿐입니다. 울 필요도, 화를 낼 필요도, 없는 일이지요. 어제 고장난 물건을 보고 끙끙댔던 '소장실' 의 기록을 보니 벌써 웃음이 나네요. 저거, 되게 별거 아닌 일이었는데... 


노트를 사서 '내가 화가 난 이유, 내가 슬픈 이유; 라는 제목을 붙여 간단하게 이유를 적어보는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일주일, 한달만 지나도 꽤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될 것 같지 않나요. 내가 왜 이랬지, 뭘 이런걸 가지고 이렇게 뾰루퉁 했지? 하면서. 참... 우리는 왜 이렇게 유치한 것일까요. 아직도, 어른이 되려면 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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