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입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주말, 고고하게 삼겹살을 구워 먹고자, 설레임에 들떠 있습니다. 식탁에 앉아있는데 동생이 야구유니폼을 보이며 자랑하더군요. '너 이거 어디서 났어? 샀어?' 라고 물으니 '친구가 사줬어' 라고 대답합니다. 사줬다고? 가격을 봤더니 거의 5만원 돈. 듣자하니 트윈스 팬인 친구가 동생을 데려가면서 유니폼을 선물해줬다고 합니다. 아니, 무슨 5천원도 아니고 5만원짜리 선물을 해? 자초지종을 물으니 그 친구도 처음 야구장에 왔을 때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았다고하더군요. 유니폼 선물은 그러니까... 일종의 '전통' 이었던 셈입니다.
순간 좀 벙쪘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 '좋아하니까 괜찮은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응원하는 팀, 그 팀이 너무 좋으니까 유니폼을 선물해서라도 '영업' 을 한 걸겁니다. 덕분에 무색무취의 제 동생은 열렬한 트윈스 팬이 되었지요. 유니폼까지 생겼으니 다른 팀을 응원할 '필요' 를 느낄리가 있나요.
사람이 참... 좋아하는 일에는 돈이나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게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먹을거에 돈을 안 아끼는 편입니다. 친구를 근사한 파스타집에 데려가기도 했고, 엄마랑 이모를 끌고 수상 레스토랑에서 가서 식사를 대접한적도 있었지요. 그러고보면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함께 갔던 사람들을 좋아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좋아하니까, 한 끼 몇 만원의 식사가 별로 아깝지 않았던 거지요.
선물을 받은 동생과, 선물을 주었던 동생 친구. 누가 더 행복했을까요. 각자 다른 이유로 행복했을테지만, 아마도 동생 친구쪽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주는 행복이 더 커서가 아니라, 트윈스를 '더 좋아하는' 쪽은 동생 친구일테니까요. 좋아하는 것이 있는 사람, 참 행복한 것 같습니다. 퍼주어도 퍼부어도 아깝지 않은 거, 있으신가요. 좋아하면 괜찮습니다. 아무리 돈이 많이 들어도, 아무리 오래 시간이 걸린다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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