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은 하늘을 움직이고, 팬심은 하늘을 가른다.
- 우석훈
책을 읽다가 이 문구를 접하고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기적을 낳는 팬심, 경험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한 번 해봤습니다. 이미 여러번 밝힌적이 있지만, 저는 노무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거든요. 쉽게 말해 팬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특히 대통령이 되기 전, 2002년 대선에서 제가 그 분을 지지하고 좋아했던것은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열렬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대선 전날 정몽준 후보의 지지철회, 덕분에 밤새 초조함으로 밤을 지새우던 그 때. 마침내 2002년 12월 19일, 오후 6시. 대선 출구조사가 발표되던 10여초간의 초긴장상황.
쿠션을 껴안고 '제발'을 수십번, 수백번도 더 외쳤더랬습니다. 지나가던 외할머니가 '이회창이 될 거 같은데' 라고 한 말에 소리를 꽥 지르면서 그런 소리하지말라고 외쳐댔고, 그 한마디에 불안해서 눈물이 줄줄 흐르기도 했었죠. 5,4,3,2,1. 마침내 노무현 후보가 당선될 거라고 뜨던 순간, 저도 모르게 환호하고 팔짝팔짝 뛰어다니던것은 아직도 기억에 선연합니다.
그러고보니 2002년에는 월드컵도 있었네요. 저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매 경기 때마다 거리응원에 나서곤 했습니다. 목이 쉬어라 소리 지르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손을 모으고, 특히나 이탈리아 전때 설기현이 넣었던 그 기적같던 동점골! 그리고 골든골로 이어지던 승리의 환희는 지금 생각해도 뭉클해지는 감동중의 감동이지요. 그 때도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바랬는지, 얼마나 기적이 일어나기를 빌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그때야말로 온 국민의 팬심이 하늘을 갈랐던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스포츠에는 유독 이런식의 '기적같은 승리' 가 많이 목격되지요. 최근에 <피버피치>라는 할리우드 영화를 한 편 봤는데,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열렬한 팬으로 나오는 보스턴 레드삭스가 실제 영화 촬영하던 도중 86년만에 우승을 차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86년! 무려 86년! 누군가는 평생 레드삭스를 응원했으나 우승을 보지 못하고 죽었을 수도 있는 오랜 기간이지요. 그러나 그 오랜 공백을 깨고 우승했을 때,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들이 느낀 감동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말로는 다 못할 기적의 경험이었겠지요.
문득, 지금 가지고 있는 팬심들을 절대로 버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이 있지요. 누군가를 향해 간절히 바라고 바라면 그것이 현실이 된다는 이야기.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누군가의 간절함 때문에 만들어지고 있는게 아닐까요. 바라는 대로, 말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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