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갑 연구소는 제 8대 멘탈갑으로 심리학자 김정운을 선정한다.
프로필
이상하게 생긴 아저씨. 그러나 말과 행동은 자신이 '아저씨' 원빈이라도 되는양 누구보다도 당당한 아저씨. 그게 또 매력인 아저씨. 아저씨라고 말하면 싫어할 것 같지만 왠지 아저씨라고 꼭 불러보고 싶은 아저씨. 죽어라 공부하고 일하고, 노는것에도 죄책감을 느끼는 개미컴플렉스에 빠진 한국인들에게 '이제 좀 놀아라 이 한심한 인간들아' 라고 말하며 혜성같이 등장. 출판계와 예능계를 두루 석권한 욕심쟁이 심리학자.(아저씨)
김정운의 키워드 1_ 재미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날, 나는 TV를 부여잡고 울었다. 꺼이꺼이 울었다. 내가 지지하던 후보가 당선 되지 않아서. 마음이 무너지고 또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서로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오던 사람들과는 서로 얼굴을 볼 세라 한숨부터 뱉어냈다. 그렇게 일주일 간 우울함의 나날을 보냈다. TV도 안 봤고 인터넷도 끊었다. 이제 이 세상에 즐거울 일은 없을 것만 같아 보였다.
그 때 친구를 만났다. 동동주를 마셨고, 서로의 한 해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우리는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에 서로를 붙잡고 살 의욕이 안 난다고 이민가자고 외쳐댔던 우리였다. 그러나 그 날 친구와 나는 이놈의 안주는 왜 이렇게 맛있는 거냐며 감탄을 늘어놓았고, 연실 건배를 외쳐댔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비밀스런 연애담을 나눴고, 서로 함께했던 한 해의 즐거웠던 시간들을 반추했다.
그 때 새삼 느꼈다. 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내 눈앞의 있는 친구라는 것을. 물론, 대통령은 중요하다. 하지만 술잔을 기울이고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친구였다. 5년이 지나도 내 옆에서 내 삶을 함께 살아갈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 친구인 것이다. 우리는 그 날로 의기투합해 모임을 조직했다. 인터넷으로 사람들을 모았고, 신나게 특정 주제에 대해 떠들어댔다. 환하게 웃었고, 깔깔댔다. 그 ‘재미’ 가 우리를 지독한 멘붕에서, 그리고 지독한 우울에서 구원해주었다.
살다보면 이런 순간들이 있다. 죽어라 노력했는데 바라던 바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를 배신하는 결과가 올 때, 그 때 마다 우리는 멘탈 붕괴니 좌절이니 하면서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하지만 이런 결과들. 우리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했다면, 죽도록 노력했다면, 결과는 이미 내 손을 떠났음을 인정해야 한다. 진인사 대천명이라 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어찌 해볼 수 있는 건, 그저 물고기를 잡기위해 낚시대를 드리우는 일, 그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 ‘어쩔 수 없는 일’ 에 너무 매달리며 산다. 날씨, 교통체증, 취직, 시험 합격, 선거까지.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날마다 인상을 쓴다. 날씨가 왜 이래, 차가 왜 이렇게 막혀, 취업난이 왜 이렇게 심해, 시험 경쟁률이 왜 이렇게 세, 사람들이 왜 저 사람을 뽑아!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내가 어쩔 수 없는’ 결과에 연연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성내며 에너지를 소진하기 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게 뭘까. 바로 삶의 재미를 찾는 일이다. 날씨가 안 좋으면 비 오는 날 가기 좋은 카페를 찾아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차가 막히면 차 안에서 듣고 싶은 좋아하는 노래를 골라둘 수 있는 것 아닌가.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거니까. 내 힘으로 어찌해 볼 수 있는 거니까.
나의 재미는 오직 나만이 안다
심리학자 김정운은 ‘재미’를 공부하는 사람이다. 그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이 너무 놀지 않는데있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인은 너무나 열심히 일하고, 너무나 열심히 공부하고, 너무나 열심히 스펙을 쌓는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다. 자살률은 제일 높고, 출산률은 또 제일 낮다. 대체 뭐가 문제인걸까. 김정운은 이렇게 말한다.
행복하게 살려면 재미있어 하는 것이 분명해야 한다. 재미있어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멍해진다. 그리고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답한다. 그러나 그 내용이 모두들 비슷하다. 여행 가는 것, 영화 보는 것 정도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 여행을 가더라도 어떤 방식의 여행인가가 분명해야 한다. 영화를 보더라도 어떤 종류의 영화가 좋은가가 분명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지 않기에 부모들은 사는 재미가 없고 사는 재미가 없기에 행복하지 않다. 몰두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자, 여기서 한 번 물어보겠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는가. 무엇을 할 때 재미를 느끼는가. 대부분의 한국인들이라면 아마도 여기서부터 말문이 막힐 것이다. 실제로 내 친구들에게 물어봤을 때도 그랬다. 그놈의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기다리면서 일상을 버티건만, 실제로 불금에 하는 일이라곤 술 마시기나 영화 보기 등이 전부였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화보기나 TV보기로 여가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물속은 모른다는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길 가다 나와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라도 볼라치면 질색팔색을 하는 우리들이, 어떻게 재미를 느끼는 방법이 이토록이나 획일적이라는 말인가. 사실 따지고 보면 천만 관객처럼 무서운 말도 없다. 어떻게 천만명이 극장에 몰려가 똑같은 작품을 보며 동일한 재미를 느낀다는 말인가.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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