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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탐사실/2012 감사노트

1105 감사노트

by 김핸디 2012. 11. 6.

 

 

1.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오랜만에 조조로 영화를 봤다. 정말 아무도 없이 나 혼자였고, 그래서 어쩜 감동은 두 배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영화를 보고 웃었고, 결국엔 울어버렸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건 저런거겠지, 싶은 감정들. 너무도 젊은 나이에 혁명을 입에 올리며 투쟁을 해야만 했던 슬픈 시대. 영화의 평점은 별로인것 같더라마는, 나에게는 정말이지 좋은 영화였다. 나이가 들수록 좋은것은 나 스스로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 를 잘 알게 된다는 것이다. 여러 번의 임상실험 결과, 나는 내 취향을 분명히 알고 있고, 취향대로 선택한 영화를 만나는것은 그 영화의 흥행성적이나 평점과는 무관하게 나에게 크나큰 만족을 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엔 얼마나 많은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나에게는 너무도 좋은' 영화들이 존재하고 있는걸까. 나에게는 아르헨티나 영화 <엘 시크레토>가 그랬고, 미국영화 <리틀 미스 선샤인>이 그랬으며, 한국영화 <손님은 왕이다> 가 그랬다. 그런면에서 창작자는 장르를 불문하고 정말이지 행복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음악이든, 영화든, 글이든, 누군가가 만들어내면 그것에 응답하는 사람들이 있을테니까. 단 한명일지라도 그것을 만나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을테니까.

 

2. 잠을 잤다. 저녁을 먹고 사무실에 앉아있다가 잠이 들었다. 정신을 차렸을땐 보던 책 위에 얼굴을 기대고 있는 상태였다. 계획에 없는 잠이었던지라 당황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잠이 든다는건 축복이니까. 나에겐 끔찍했던 '잠 못이루는 밤' 들이 있다. 첫번째는, 너무 추워서. 유럽여행 중 로마로 가는 기차안에서 몸을 덜덜 떨며 밤을 지새운적이 있었다. 난방이 안되는 복도칸. 밀라노에서 로마로 가는 야간열차 안에서 너무너무 추워서 정말 차라리 이대로 기절해버렸으면 좋겠다 싶었다. 두번재는, 불안해서. 유럽여행 갔다오고 일주일 간, 나는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 감으면 '뭐 먹고 살지' 가 둥둥 떠다니던 방황의 시기. 그래서 안다. 잠이 온다는 건, 따뜻하고 또 마음이 편하다는 증거라는 걸. 오늘은 깜빡 잠이 들었다. 난 따뜻한 곳에 있었고, 마음이 무척 편했다.

 

3. 버트런트 러셀의 <행복의 정복>. 러셀의 책. 작년인가 한 번 읽었었는데 다시 읽어도 좋았다. 하여간 좋은 책과 좋은 영화를 남기는 모든 사람들은 정말이지 고맙고 사랑스럽다. 러셀에게 내 마음을 담아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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