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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탐사실/2012 감사노트

1101 감사노트

by 김핸디 2012. 11. 1.


 


 

1. What a wonderful world! 오늘도 어김없이 산책을 했다. 바람이 훅 하고 불었고 순간 은행잎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그 노랑비를 내가 맞고 서 있었는데 진짜, 그 순간을 나밖에 보지 못한다는게 너무나 억울할 정도로 황홀하고 멋진 풍경이었다. 햇살을 받아 잎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반짝, 하고 빛나던 순간들. 그 자연의 축복속에서 내가 서 있었다. 

 

2. 돈을 벌었다. 통장에 잔고가 264원인가 그랬는데 간만에 그 민망함을 씻어낼 수 있었다. 연구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고 제일 좋아하는 일이긴 하지만, 돈이 안되는 일이니까. 염치가 있는 인간으로서, 꼬박꼬박 찾아오는 경조사와 부대비용을 꿈을 핑계로 무시하고 살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많지는 않지만 내 필요를 채우고도 남는 돈. 내 능력으로 스스로의 삶을 책임질 수 있음에 감사한다. 

 

3. 나의 생활패턴. 요즘의 나는 월,수,금, 토는 사무실 출근을 하고 화, 목은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책을 읽고, 그것들을 글로 남기는 시간들은 나에게 얼마나 큰 행복을 주는지! 누군가의 대선 구호였던 '저녁이 있는 삶' 이 내게는 매일매일 지속되고 있다. 책과 음악과 무엇보다도 '내 자신' 있는 나의 삶. 김희애를 흉내내는 김영철 식으로 말하자면, "놓치지 않을거에요!"

 

4. 엄마. 오늘 엄마랑 2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나이 50이 넘어도 삶의 문제들은 끊이지가 않는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겪어 온 경험의 크기만큼 그 문제들을 잘 견뎌내는구나. 우리 엄마는 참 긍정적이고 활기찬 사람이다. 그래서, 엄마가 나에게 위로를 청했지만 오히려 내가 기운을 얻었다. 모녀는 나이가 들수록 서로에게 이렇게 어깨를 빌려주며 산다. 마치, 친구처럼.

 

5. 아지트의 존재. 나이를 먹을수록 아지트가 하나씩 늘어간다. 일주일에 한 번이상은 들리는 카페, 이주에 한번쯤은 들리는 즉석 떡볶이 집, 한달에 한번쯤은 들리는 치킨집. 나의 친구들이라면 내가 어디를 이야기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아챌 공간들이다. 오늘도 그 중에서, 늘 내가 앉곤 하는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사람에게 그러는것처럼 공간에도 정이 든다.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나의 이야기를 덧입혀가는 아지트들. 그 공간들이, 내게는 너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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