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멘붕극복실/괜찮아 : 아포리즘

정은임, 세상의 끝 목소리

by 김핸디 2012. 10. 27.

 

 

새벽 3시, 고공크레인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일을 고공 크레인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해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겠다고.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얘기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 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겨우 매달려 있는 것 같은 느낌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저 FM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 정은임, FM 영화음악 오프닝 멘트

 


 



 

제가 이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때는 정말이지 딱 접시물에 코박고 죽고싶었습니다. 물론 죽을 용기도 없고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겠지만, 마음이 그만큼 괴로웠던 것이지요. 물론, 저는 건강을 잃은것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고통이란 모두 주관적인 것이니까요. 사소해보일지 몰라도 마음이 무너지고 또 무너지면서 나를 붙들어 맬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나처럼 고통속에 있는 누군가를 위해서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시작이지만 저에겐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도전을 했고, 또 일련의 성취를 거두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지요. 그리고 지금은 감히 '내 인생의 전성기' 라고 부를 만큼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허리가 아픈것만 뺀다면말이죠T_T) 그렇지만 제가 점점 행복해지면서, 처음 생각했던 '세상 끝 누군가의 절망의 목소리' 를 잊고 살지는 않았나 되돌아보게 됩니다.  

 

정은임 아나운서는 고공 크레인에서 누군가가 목숨을 끊었던 날, 외로웠을 그 사람을 향해서, 고공크레인에 매달려 있는, 혹은 그런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습니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저도 이 블로그를 통해 그런 분들을 향해 말을 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거기, 계세요? 제 목소리 들리세요?' 부족하지만, 또 연약하지만, 멘탈갑 연구소. 당신의 손을 잡고 놓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