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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실

속물들로부터의 결별, 알랭 드 보통 의 <불안>

by 김핸디 2011. 12. 28.


불안 - 10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이레



 

  현대인은 왜 불행할까요? 큰 이유중에 하나는 '사회적 지위를 인간의 가치와 동등하게 여기는' 속물들의 존재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성취하지 않으면 인정받을 수 없다는 불안이 현대인을 불행하게 몰고 가는 것이지요.

  알랭 드 보통은 이러한 현실을 지적하며, 어느 누구도 지위에 대한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높은 지위를 얻었다고 해도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기에,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위한 경쟁에서 나오는 불안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는 해결책으로 크게 철학과 예술을 꼽습니다. 디오게네스의 이야기를 아시나요? 알렉산더가 그의 앞에 서서 "내가 너를 위해 무언가를 해 줄테니까 말해보라" 고 하자, 다 필요없으니까 당신이 가리고 있는 햇볕 좀 쐬게 비키시오, 라고 했다는 인물 말입니다. 알렉산더는 오히려 껄껄 웃으며 이런 디오게네스를 부러워했다고 하지요.

  디오게네스같은 철학자들의 여유와 심드렁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그것은 그들이 외부의 소리가 아니라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원하는것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것이 나에게 필요한것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해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말하는 기준과 당위를 따르지 않는 것이지요. 디오게네스에게 필요한것은 햇빛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알렉산더 대왕한테 잘 보일 필요가 없었던 거지요. 철학은 이처럼 내 삶을 내가 원하는대로 살게끔 해주는 도구가 된다라고 알랭 드 보통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술은 무슨 쓸모가 있을까요? 예술을 통해 우리는 지위가 아닌, 묻혀져있는 인격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문학작품 속에선 사회적 지위와 삶의 위치가 동일하지 않습니다. <노인과 바다>를 읽으며 실패한 노인을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고리오 영감>을 읽으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고리오 영감을 무시하는 사람도 없죠. 오히려 호화롭게 사는 마담보다 고리오 영감에게 더욱 공감대를 형성하고 심적으로 이끌립니다. 현실에서 였다면 사회적 지위로 인해 그냥 지나쳐버렸을 사람들의 가치를 우리는 예술을 통해 발견하게 되는 것이지요.


  한편, 알랭 드 보통은 기독교와 보헤미안을 통해 사회적 지위가 아닌 다른 인정의 잣대를 이야기합니다. 기독교에서는 물질적 가치보다 영적인 가치, 거룩함이나 성결함을 더 높이 평가하고, 보헤미안들은 얌전한 신사들보다 자유로운 영혼, 저항의 정신을 가진 사람을 훨씬 높게 평가하지요. 이처럼 평가의 기준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나 물질적 잣대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속물들의 세계와는 결별하라고 그는 권합니다. 

  불안의 원인을 말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한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지
난 번 링크해둔 TED강연( http://labmental.tistory.com/11 )과 맥을 같이하면서 다시금 삶을 재정의하게끔 해준 훌륭한 책이었습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이래저래 불안해지곤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나면 그 불안감이 조금은 가시는듯한 기분이 드실겁니다. 속물들로부터의 결별, 불안을 떨치기 위해 철학과 예술을 더욱 향유해야겠습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위하여, 타인의 진정한 내면을 발견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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