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영 : 정지오가 너한테 뭐냐?
수경 : 정지오는... 나한테... 울컥하는 인간.
준영 : 뭐?
수경 : 내가 손규호 인사위원회 고발한 건으로, 강릉 가기 직전에 나 정말 죽고 싶었다. 강릉 가서? 드라마 연출 못해서? (고개 젓고) 아니. 동료라는 인간들한테 정떨어져서.
준영 : 다른 인간들은 탄원서 안 써주고, 정지오는 써 줘서? 쳇 별거 아니네.
수경 : 들어봐. 인간사에 상처 받고 강릉 내려간 지, 두 달 째 되는 날이었다. 그날따라 장난 아니게 내렸지. 폭설경보가 내려, 도로도 끊기고, 거리엔 차 하나 없는데, 형이 스무 시간 차를 타고 왔다면서 날 찾아왔었다. CD를 (크게 손으로 원을 그리며) 이따만큼 차에 싣고.. 한달을 꼬박 집에서 녹화했다면서... 이 세상 온갖 영화랑 드라말 내 손에 쥐어줬지. 그러면서 형이 눈가가 그렁해선 이렇게 말하드라. 수경아, 형이 너한테 이것밖에 해줄 게 없다, 썅, 그러면서 내 머릴 (준영의 머릴 흩트리며) 이러는데.. 야.. (눈가 그렁해지는, 멋쩍어 웃으며) 그동안, 세상에 가졌던 원한이 한순간에... 눈 녹듯... 그때 내가 그랬잖아. 형 너 같은 인간 한 사람만 있어도 난 세상 살맛 난다...
- 그들이 사는 세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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