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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갑추구실/멘탈갑 리포트

[멘탈갑 리포트] ②-1 "너 이 새끼 어떻게 살려고 그래!" Sympathy가 아닌 Empathy, 김어준

by 김핸디 2012. 7. 24.


 

 

 

* 김어준 멘탈갑 리포트 제 2탄 (1탄은 여기에 http://labmental.tistory.com/441)

 

 

 

어제 힐링캠프에 안철수가 그런 말을 했다. '영어에 Sympathy와 Empathy 가 있다. 둘 다 공감이나 연민같이 비슷한 뜻으로 번역되는데, 실은 Sympathy가 머리로 이해하는 '동정' 이라면 Empathy는 가슴으로 느끼는 '공감' 이다.' 라고.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불현듯 Empathy로 대표되는 김어준의 한 면모가 떠올랐다. 그를 처음 좋아하게 되었던 이유이자, 졸라와 씨바를 달고 살 지언정 마음은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 를 느끼게 했던 그의 배낭여행 일화!

 

 

 

김어준이 멘탈갑인 이유 둘,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능력



 

터키에 카파도키아라는 곳이 있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곳이죠. 제가 모르는 동네니까 일단 제일 높은곳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래야 도시 전체가 잘 보이니까요. 올라가서 밥을 먹는데, 무너진 성곽 비슷한 저쪽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나는 겁니다. 너 왜 여기 있어? 처음에는 아이도 제말을 못 알아들으니까 뭐라뭐라 막 해요. 그런며서 제 샌드위치를 쳐다보는 거예요. , 배가 고픈거구나하지만 저도 거지거든요. 더구나 아침 내내 굶었고 저녁이 다 되어가는데 이 샌드위치 반쪽 외에 가방안에는 샌드위치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단 말이죠. 그런데 애가 너무 불쌍하게 쳐다 보길래 에이, 먹어라하고 줬어요. 엄청난 속도로 먹더라고요. 좀 망설였습니다. 내 것도 꺼내면 또 달라고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저도 너무 배가 고팠기 때문에 그 아이의 양심을 믿은 거죠. 가방 안의 샌드위치를 꺼냈는데 아이가 계속 쳐다봐요. 넋을 잃고 쳐다보는 거예요. 그래서 어떡해요. 반을 뚝 떼어가지고 줬어요. “에이씨하면서. 그리고 나서 나머지 반을 빨리 먹었어야 하는데... 얘가 엄청난 속도로 샌드위치를 입에 집어넣더니 또 쳐다보는 겁니다. 도저히 그냥 먹을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줘버렸어요. 이 새끼야, 너 때문에 내가어쩌고저쩌고 욕을 한참 하면서요. 애는 제가 가진 걸 다 먹고는 굉장히 만족스런 미소를 짓더라고요.

 

 

먹을 걸 먹고 나니, 그제야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30분간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요. 나뭇가지를 꺾어서 바닥에 그림을 그려가며 얘기를 햇죠. 부모님 어디 있어? 엄마 어디 있어? 이런 식의 대화가 이뤄지는 거죠. 불현 듯 여행 오기 전에 봤던 신문기사가 생각나는 겁니다. 터키 북동부 국경지역의 쿠르드족 반군을 진압하기 위해 터키 군이 헬기를 보내 3000명 가량을 죽였다. 뭐 이런 기사를 본 게 기억 나더라고요. 야 너 쿠르드냐? 물었더니 쿠르드다 하는 겁니다. 쿠르드는 통했던 거에요. 거기서부터 제가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엄마와 아빠는 거기서 죽었다 자기보다 큰 형이 있었는 잃어버렸다 자기는 여기까지 흘러와서 낮에는 이 위에 있고 밤에는 내려가서 음식을 주워먹는다 이게 한 시간 동안 애기햇던 내용이에요.

 

 

쿠르드를 알아듣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아이가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펑펑 나는 거예요. 그래서 애를 끌어안고 울었습니다. 이 새끼, 너 어떻게 살려고 그래. 한참 제가 끌어안고 우니까 아니도 막 우는 거예요. 뭔지도 모르면서. 둘이 끌어안고 그렇게 한 30분을 같이 울다가 제가 가지고 있던 배낭하고 배낭 안에 있던 옷가지 몇 개를 아이한테 줬어요. 죽을 때까지 다시는 만나지 못할테지만, 한두 시간 정도 소통한게 전부지만, 그 때 느꼈던 감정이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이었습니다.


 

 

충분한 것을 나누어주는것은 쉽다. 하지만 내 환경이 거칠고, 내게 가진건 딱 내 몫 뿐인데, 그걸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는것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김어준은 있는것을 다 내어줬고, 그 아이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해주었다. 그 아이와의 객관적인 관계는 '남' 이다. 김어준은 가난한 여행자였고, 가진게 별로 없었고, 그 아이와는 남이었다. 하지만 김어준은 그 아이의 아픔을 공감했고,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을 다 해주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들 안 그랬겠냐고? 아니, 누군가의 아픔을 온전히 내 것으로 공감하는 능력, 이건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그렇다면 김어준은 어떻게 마음으로 공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나. 사실, 그는 보이는 표정처럼 꽤나 시큰둥한 사람이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교통사고가 났을 때 '사람이 다치지는 않아야 될텐데' 하면서도 그냥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사람이 본인 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중요한건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가 아니라 '사람이 다치지는 않아야 할텐데' 라고 걱정하는 마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행위보다는 그 마음에 방점이 찍힌단 얘기다.

 

김어준은 타자에 대한 감정이입이 자존감에서 시작되는 것이라 말한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타인을 돌아볼 여유가 있는 사람

 

 자신감이라고 하는 건 이런거죠. 자기가 어떤 일을 해낼 것이다 하는, 어떤 특정한 능력에 대해 스스로에게 보내는 신뢰입니다. 그런데 이게 특이한게 꼭 남과의 비교를 통해서 획득한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보다 시험을 잘쳤다, 남들이 나보고 자꾸 예쁘다고 한다... 이렇게 남과 자꾸 비교하다보면 그 부분에 대해 자신감이 생깁니다. 자신감은 남과의 비교를 통해서 얻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앞에서 바로 꼬리를 내리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감은 동전의 양면처럼 꼭 열등감을 들고 가요. 이런 자신감만으로 세상을 살땐 다치기 쉽고 무너지기 쉽습니다,

 

 

반면에 자존감이라는 건 외부의 승인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자기객관화를 통해서 자신의 약점들까지도 인정하고 긍정하기 시작하는게 자존감의 첫 출발입니다. 내가 나 이외의 사람이 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자기에게 부족한 부분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긍정하기 시작하면 자존감이란 게 형성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게 있으면 남을 바라볼 여유가 생깁니다. 비로고 타자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거지요.

 

 

 

즉, 감정이입 능력은 타인에 아픔을 공감하는 '인간적' 인 면모 외에도 나 스스로에 자존감이 있을때에만 오롯이 가능한 일이라는 얘기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타자에게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존감과 감정이입능력은 한 세트인 셈이다.

 

 

김어준은 Empathy 할 줄 아는 사람이고, 그 능력의 바탕은 그의 자존감으로부터 온다.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힘, 그리고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공명할 수 있는 힘. 그의 이러한 소통의 능력은 시대가 요구하는 자질이 아닐까.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산다. 그렇기에 타인의 공명할 수 있는 이러한 능력이야 말로 사람을 빛나게 하는 요소다. 모르는 사람을 껴안고 울 수 있는 존재의 따뜻함, 김어준의 '감정이입능력' 을 본 받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