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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극복실/힐링시네마

우리 모두는 '과정'을 사는 거니까, 영화 <빅>

by 김핸디 2012. 7. 3.

 

 

13살의 소년 조쉬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누나의 옆에 당당하게 서고 싶기 때문이죠. 어느날, 음산한 놀이공원에서 졸타라는 이상한 '소원성취 기계'를 발견하고, 거기다 대고 자신의 소원을 말해봅니다. "내 소원?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어."

 

 

 

 

오. 마이. 갇. 아침에 일어났더니 톰 행크스가 뙇! 소년 조쉬는 하룻밤 사이에 정말로 어른으로 성장해 버립니다. 

 

 

 

 

조쉬의 베스트프렌드 빌리는 한바탕 소동을 벌인 뒤에야 진짜 조쉬가 어른이 되었다는것을 깨닫고 방법을 강구합니다. 졸타 기계에다 빌어서 어른이 되었다고? 그렇다면 다시 그 기계로 가서, 소원을 바꾸면 되겠네! 

 

 

 

 

하지만, 그 기계는 뉴욕시를 다 뒤져도 찾을 수가 없고, 마침내 어찌어찌 수소문을 해 6주후에 그 기계가 있는 장소를 알아봐주겠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조쉬가 소원을 빌었던 그 기계는 어딘가에서 대여해 온 것이었거든요. 여튼, 6주동안은 서른살 어른인채로 살아야하는 조쉬는, 우여곡절 끝에 장난감회사에 말단 직원으로 취직을 하게 됩니다.

 

 

 

 

몸만 어른이지 아이인 조쉬는, 쉬는날에는 장난감 가게를 찾아 뛰놉니다. 그런데 거기서 뙇! 회사의 사장님을 만나게 됩니다.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의 반응을 체험하기 좋아했던 사장님이 장난감가게에서 조쉬를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불후의 명장면. 영화 <빅>의 피아노 씬.

 



 

될 놈은 뭘해도 된다더니... 장난감에 대한 조쉬의 열정을 좋게 본 사장님은 그에게 호감을 가지고, 마침내 장난감 피아노를 함께 치며, 조쉬는 사장님의 환심을 제대로 삽니다. 자네 어느 부서에 있나? 컴퓨터과에요. 자, 이제부터는 뭐, 승승장구입니다. 벌써 출세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지 않나요.

 

 

 

 

조쉬는 이제 장난감 개발부서의 부사장 자리에 앉게 됩니다. 좋아하는 장난감을 맘껏 가지고 놀며, 돈도 버는 것이지요. 직책은 무려 부사장에, 높은 봉급, 좋은 집까지. 모든것들이 신기하게도 착착 잘 풀려만 갑니다.

 

 

 

 

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차지한다? 아니~죠! 돈 있고 잘나가는 남자가 미인을 차지합니다. 현실이 그렇죠. 회사에서 파격 승진을 하며, 승승장구하는 그에게 회사의 임원인 수잔이 접근하고... 둘은 리얼한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사랑도, 일도, 다 가져버린 조쉬. 이제 그는 더이상 어른행세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급기야, 진짜 자신을 잃어버리고, 회사의 임원이자 한 남자의 연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시작하지요.

 

 

 

 

그런 조쉬에게 베스트프렌드 빌리가 다가와 그를 일깨워줍니다. 어른인 척 하지마. 넌 조쉬야! 잊었어?

 

 

 

 

마침내 자신이 두고 온 가족들과 친구들을 생각하며 상념에 빠지는 조쉬. 지금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그 공간이, 아이의 모습이었던 자신이, 엄마의 따뜻한 사랑이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

 

 

 

마침내 사랑하는 수잔에게 "나는 사실 어린애야" 라고 고백한 뒤, 자신의 원래자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조쉬.

 

 

 

 

수잔은 처음엔 믿을 수 없다며 길길이 날뛰지만, 마침내 모든것을 이해하고 조쉬를 보내주기로 합니다. 그녀가 바라보는 가운데, 어느새 13살의 꼬마가 되어 수잔을 바라보고 웃는 조쉬.

 

 

 

 

다시 빌리의 베스트프렌드로, 13살의 소년으로 돌아간 조쉬. 13살의 조쉬에게는, 좋은 직장-좋은 집-매력적인 여자친구보다, '13살의 자기자신으로 사는 삶' 이 더 중요했습니다. 바로, 이 점이 어린아이가 어른과 다른 부분이겠지요. 우리가 조쉬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다시 돌아가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요. 어차피 자라서 성인이 될테고, 성인이 되서 이루고자하는 것들도 결국엔 좋은 직장-좋은 집-사랑하는 사람 일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쉬는 '과정이 생략된 삶' 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나이로 돌아가, 자기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지요.

 

 

이 영화를 보면서 김정운 교수가 했던 '과정이 생략된 삶은 사기다!' 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결과를 위해서, 그 결과만을 기다리면서, 지금의 이 지난한 과정들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계신가요? 지루할지라도, 부족할지라도, 과정이 내 것이어야 결과도 내것이 됩니다. 과정이 없다면 그 결과는 내 것이 아니고, 그렇게 이룬 모든것들은 결국 신기루에 불과할 것일테니까요. 

 

 

우리는 결국 '과정' 을 살아가는거야! 영화 특유의 우연성이 남발하고, 80년대 영화의 유치함이 공존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예쁜 영화, 톰 행크스 주연의 <빅>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