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요즘 개천에서 용나기 어려운 시대라고 하는데 전 그런 생각이 들어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송사리로 남아서 함께 연대해 개천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거죠.
용을 배출했다는 것 외에 그 개천은 뭡니까. 모든 송사리가 용을 꿈꾸면 그 개천은 뭐가 되나요. 가난한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다면 그게 송사리가 되어, 서로 어깨동무하며 개천을 지키는 거죠.
박원순
역시 김제동씨다운 이야기를 하시네요. 그렇게 생각하시니 오래도록 국민에게 사랑 받으실 거에요. 사람들이 기대고 의지할데가 없잖아요. 혼자 용 빼는 재주 갖고 하늘로 올라가면 뭐합니까. 하늘은 기댈 수 있는 곳이 아닌데.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합니다.
- 김제동, 박원순 경향신문 '김제동의 똑똑똑' 인터뷰 中
지금은 서울시를 위해 일 잘하고 계시는 박원순 시장님이 <희망제작소> 에 몸담고 있을 때 한 인터뷰 내용입니다. 김제동, 박원순. 두 분다 세속적으로 보면 잘난 사람들이지만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기 보다는 약자의 편에 서겠다는 마음가짐이 참 따뜻하네요. 이 인터뷰를 읽노라니 제가 좋아하는 화가 쿠르베의 한 그림이 떠오릅니다.
쿠르베, <화가의 아틀리에>
가운데 앉아 그림을 그리는 이가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입니다. 그의 지근거리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고, 오른쪽에는 귀족들이, 쿠르베가 바라보고 있는 왼쪽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있죠. 저는 이 작품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찡해집니다. 화가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것만 같아서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화가들은 후원자에게 많이 의존하는 삶을 살았죠. 쿠르베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했을겁니다. 화가의 뒤쪽에서 쿠르베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화가들을 후원하고, 지원하는 사람들이지요. 하지만 쿠르베의 시선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향해있습니다. 마치 '내가 비록 귀족들의 후원을 받고 있지만, 나의 마음은 약자를 향하고 있다' 라는것을 보여주듯이요. 뭐, 이건 전적으로 저의 해석일뿐이지만요.
모두가 용이 되라고 권하는 사회입니다. 각종 서바이벌 프로의 범람은 그런 사고를 드러내는 한 방증이고요. 개천을 부끄러워하고, 더 높은 곳으로 가기위해 발버둥 치는 사회. 하지만 그게 정말 좋은것일까요. 박원순 시장님의 '하늘은 기댈 수 있는곳이 아닌데.' 라는 말이 가슴에 사무칩니다. 멘탈갑연구소, 단일기준으로 경쟁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송사리로 남아, 개천에서 아프고 힘든 여러분들과 쭉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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