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마지막 날. 예전부터 보고싶었던 영화를 한 편 보았습니다. 제목은 <사랑의 블랙홀>. 주인공은 기상캐스터로 일하는 시니컬한 남자 필(빌 머레이)입니다. 그는 성촉절이라는 지역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시골마을 펑츄니아로 갑니다. 벌써 4년째 반복되는 연중행사는 그에게 있어 지루하고, 따분할 뿐이죠.
그저 빨리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고픈 필. 그러나, 이상하게도 펑츄니아에서의 하루는 매일 똑같이 반복되기 시작합니다. 6시 기상 알람과 함께, 똑같은 음악, 똑같은 라디오 DJ의 멘트, 그리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성촉절.
- 그 질문 어제도 했잖아요?
처음엔 기시감이라 여겼다가, 내가 혹시 정신이 이상해진건 아닌가 하고 고민해보는 필.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질문을 해오는 상황들이 필은 어리둥절 하기만 합니다.
- 내일이 없다면 어떨 것 같아요?
- 내일이 없다면, 인과응보가 없겠지요.
필은 지속되는 하루의 반복을 서서히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하루라는 자신만의 비밀을 이용해, 사회에서 통용되는규칙을 지키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오늘 누군가를 때리거나, 경찰서에 갇혀도, 다음날이면 자신은 그 죗값을 받지 않고 늘 그렇듯 침대에서 평온한 일상을 맞이 할테니까요.
그래서, 원나잇스탠드로 밤을 즐기기도 하고...
현금수송차에서 돈을 훔쳐, 외제차를 타고 이상한 복장으로 영화를 보러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탈도 매일매일이 반복되면 지겨운 법이죠. 필은 어느새 방송을 위해 함께 출장을 온 프로듀서 리타를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가만보니, 예쁘고, 친절하고, 다정하고, 이만한 여자가 없는 것이지요.
그는 매일매일을 리타를 유혹하기 위한 시간으로 보냅니다. 리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내서, 그 다음날 자신도 그것을 좋아하는것처럼 말하는 것이지요. 리타가 좋아하는것을 알아낼수록, 리타는 자신이 좋아하는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필에게 매력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리타는 여느 여자들과 달랐습니다. 취향의 일치를 보여주고, 무드까지 잡아봐도, 번번히 들이대는 필에게 '이런건 너무 진도가 빠르다. 날 이런 여자로 생각했느냐' 라고 말하며 거부하기 일쑤였지요.
결국, 반복되는 하루속에서도 리타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필은 삶의 회의를 느끼고 자살을 시도합니다. 차량폭발사고,
투신자살, 약물투여, 전기감전....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 봐도 그는 다음날 6시가 되면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눈을 뜹니다. 죽어도 죽을 수 없는 것이지요.
마침내... 죽음마저 실패한 필은, 이제 다른 방식으로 반복되는 하루를 즐겨보기 시작합니다. 자신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시작한 것이지요. 얼음조각을 배우기도 하고....
길가는 노숙자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애정과 사랑을 쏟기 시작합니다. 매일매일 그렇게 그가 도와주고 베품을 반복할수록, 그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늘어만 갑니다.
필은 이제 반복되는 하루가 그리 지겹지 않습니다. 리타를 위해서 피아노레슨도 시작하지요.
다시 반복되는 필의 하루. 이번에 그는 그동안 열심히 연습한 피아노 연주실력을 마을의 파티에서 드러냅니다. 리타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음은 물론이지요.
그리고, 파티에서 리타와 춤을 추는 필에게 그가 그동안 도와줬던 수 많은 사람들이 와서 인사를 건넵니다.
-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필!
리타는 필의 다재다능한 모습과 주변사람들의 평판에서 그를 색다르게 인식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하룻밤 사이에 그들은 뜨거운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필의 오전 6시...
필은 늘 그렇듯,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눈을 뜹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에는 필의 곁에 리타가 있습니다. 어제의 연속성이 비로소 오늘까지 이어진것이지요,
- 당신이 왜 여기 있는거죠?
- 당신이 내게 있으라고 했잖아요.
그제서야 자신에게 걸렸던 '마법의 저주' 가 풀렸음을 깨닫는 필.
이제 그에게 반복되는 하루가 아니라,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할 때,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할 때, 타인을 위해 도움을 줄 때, 비로소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세계로 전환될 수 있다는 진리- 영화 <사랑의 블랙홀>은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를 띄고,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생각거리를 던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오늘도 똑같은 삶을 살고 있나요?
인생의 의미는 '반복된다해도 좋을만한 만남과 행동을 선택하는 것' 입니다.
기억하세요.
당신의 오늘이, 곧 당신의 내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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