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니가 걔랑 친구하는거, 싫어.
엄마가 싫어도 할 수 없어.
뭐?
왜 내 문제를 엄마가 이래라 저래라 해?
나도 내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거든. 왜 맨날 무시하는데?
내가 언제 무시했어? 내 인생의 모든게 널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그거야 엄마 생각이지!
- 드라마 <떨리는가슴> 中
엄마는 이해심이 없으면, 자식없이 그냥 살지. 왜 나 낳았어?
너같이 못된딸이 나올 줄 내가 알았니?
- 드라마 <떨리는가슴> 中
어린이날 이네요.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 <떨리는 가슴>의 슬픔편을 보았습니다. 영화 <괴물>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 고아성의 꼬맹이시절 출연작이지요. 주인공 보미(고아성 분)는 첫사랑을 합니다. 그런데, 그 첫사랑의 상대가 하필이면 엄마(배종옥 분)랑 원수지간인 친구의 아들입니다. 원수 관계인 두 친구의 아들과 딸, 일종의 로미오와 줄리엣인 셈이지요.
엄마는 자기 딸이 그 웬수같은 친구의 아들과 어울리는게 못마땅합니다. 그래서 화도 내고, '만나지 말라' 고 당부하지요. 하지만 보미의 입장에서는 그런 가당치도 않은 이유때문에 소중한 첫사랑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반항하고 부딪히지요. '만나지 말라고, 왜? 나는 엄마보다 그 애가 더 좋단 말이야!'
결국, 보미는 첫사랑인 찬이와 가출을 하기에 이르고, 엄마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계속해서 사랑을 키워나가지만... 꼬맹이들이 늘 그렇듯, 너무도 간단하게 부모님의 이사결정으로 헤어져 버립니다. 그렇게 그들의 '장밋빛인생' 은 쓰라린 생채기를 남기며 저뭅니다. 가슴이 찡한 이야기지요. 아련한 첫사랑이 떠오르면서...
여튼,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유난히 와닿았던게 바로 저 위의 두 장면이었습니다. 보미는 종옥이 배란주사 맞고 여차저차해서 여러 방법과 간절한 마음으로 4년만에 낳은 아이입니다. 그래서 끔찍히도 딸을 위하고 또 아끼지요. 하지만, 정작 딸이 처음으로 만난 사랑과 소중하게 여기는 관계에 대해서는 잔인하리만큼 단호합니다. 물론 그 모든것은 '우리딸을 위해서' 라는 명목에서이지요.
하지만 보미는 그런 엄마가 너무 야속합니다. 내가 처음으로, 이렇게 마음이 설레고 세상이 흔들리는 경험을 했는데 엄마가 무작정 내 감정을 부정하고 관계를 부인하다니요. 그래서 계속 툴툴대고 대들기에 이릅니다. 엄마 맞아? 무슨 엄마가 저래?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저의 어린시절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저도 내 생각과 감정을 부인당하던 순간이 가장 억울하고 힘들었지 않나 싶더군요. 아빠가 '영화감독 될거야!' 라던 제 꿈을 무시했을때, 좋아하는 연예인을 향한 감정을 비웃었을때, 친구들과의 어울림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 때.... 내게는 세상 전부였던 그 모든 소중한것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 으로 치부했을 때, 어찌나 가슴이 아프고 상처가 컸는지-
어린이는 작고 연약하지만, 그 자체로 한 인격 존재입니다.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면 절절히 느낄수가 있지요. 우리 모두가 어린이였으니까요. 주변에 '애기' 들은 좀 있어도 '어린이' 는 없어서 이런 깨달음을 실천할 수는 없겠지만, 행여나 언젠가 앞으로 어린이들을 만나면 이해해주고, 소중하게 여기는것들에 공감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의 대표곡 <어른들은 몰라요>에도 이런 노래가사가 나오잖아요. '장난감만 사주면 그만인가요.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건데-'
어린이날 입니다. 주변의 어린이에게, 따뜻한 마음과 시선을 잃지 맙시다. 어느 팝송의 가사처럼(I believe the children are our future) 어린이들은 우리의 미래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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