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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실

특별 인터뷰, 멘탈갑 연구소를 찾아서

by 김핸디 2012. 5. 18.

 

연구소 소장. 거창한 직책에 조금은 위압감이 들었지만, 20대라는 말에 피식 웃고야 말았다. 아니, 20대가 무슨 연구소장을 해? 하지만 뭐- 나이가 중요한가. 멘탈갑 연구소에서 만난 20대의 소장 바이런씨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또 순수한 열정을 빛내고 있었다. 그녀가 들려주는 일과 삶. 그 내밀한 이야기속으로 지금 들어가보자.

 

 

 

간지가 철철 흐르는 멘탈갑 연구소장의 명함.


 

Q. 안녕하세요?

A.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놀이공원의 알바생같은 모습으로 손을 흔들어 대며) 요즘 날씨가 참 좋죠? 안녕할 수 밖에 없는 날씨인것 같아요.

 

Q. 사무실이 참 아담하고 좋습니다.

A. 하하. 누추하죠, 뭐.

 

Q. 연구원들은 안 보이네요?

A. ... 음... 아! 다들 아웃소싱 보냈습니다. 대세는 아웃소싱이니까요.

 

Q. 아... 네...

A. 그런데 이 불금에 왠일이세요? 인터뷰하자고 해서 꽤 놀랐어요.

 

Q. 사실은... 지면이 좀 남아서요.

A. .............?

 

 

간지철철, 멘탈갑 연구소의 간판

 


 

Q. 아, 연구소 설립 얘기부터 할까요? 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A. 음... 운명과도 같은 시작이었죠. 사실 제가 연이은 면접 실패에 정말 우울했거든요. 취업스터디 이런거 하면 다들 저보고 면접 잘 본다고, 잘 될것 같다고 막 이랬는데 정작 실제로 면접을 보면 떨어지는거에요. 그래서 아, 나란 인간은 뭔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가... 정말이지 접시물에 코박고 죽고싶다 뭐 그런 생각박에 안 들더라고요. 그래도 그 좌절의 시간속에서도 제가 좋아하는게 책 읽기니까 서점에 꾸준히 갔어요. 그리고 어느날인가... 문득 계시와도 같이 박원순 시장님의... 아, 그때는 시장이 되기 전이네요. 여튼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이라는 책을 읽은거죠.  순간, 눈이 번쩍 뜨이더라고요. "그래! 내가 왜 남들이 고용해줘야만 일을 할 수 있는거지? 내가 하고싶은게 있으면, 그걸 그냥 시작하고 보면 되잖아?" 그래서 시작했어요. 그 때 저는 심리학 공부를 하는게 낙이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자 발버둥을 치고 있었거든요. 그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었고, 연구소라는 명목으로 장기적으로 뭔가를 해보면 좋을것 같았고, 그래서 연 거죠. 멘탈갑 연구소를!

 

Q. 연구소 이름이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멘탈갑' 에서 따오신건가요?

 

A. 네. 저랑 같이 취업스터디하던 친구가 저한테 '넌 정말 멘탈갑이야' 이런 얘기를 종종 해줬거든요. 연구소를 차릴때 그 말이 문득 떠올랐는데... 마침 연구소라는 단어하고 라임도 잘 맞잖아요? 세 글자씩. 그래서 '멘탈갑 연구소' 라는 이름을 지어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한 거죠. 짓고 나니까 입에도 착착 감기는게... 좋은거 같더라고요 (웃음)

 

Q. 멘연소에 보면 연구원들이 꽤 있습니다.

 

A. 상임고문, 국제교류연구원, 글로벌 IT연구원, 미주연구원, 수석연구원, 객원연구원... 네 꽤 되네요. 하지만 사실 국제교류연구원과 제가 이 연구소를 거의 짊어지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나머지 연구원들은... 뭐랄까.... 유령이죠, 유령. (웃음)

 

Q. 국제교류연구원은 어떤 분이신가요?

 

A. 미인이에요. (웃음) 저희 연구소의 얼굴마담이랄까. 하하. 여튼 재능이 많은 친구죠. 국제교류라는 직책에 걸맞게 일본어에 능숙하고, 감성도 풍부하고, 재주도 많아요. 그래서 늘 든든하구요. 사실, 제가 이 연구소를 여기까지 이끌어 올 수 있었던데에는 국제교류연구원의 풍부한 서포팅이 밑바탕에 있었어요. 이제는 거의 뭐, 동업자같은 관계죠.

 

Q. 블로그 왼쪽에 월별 포스팅을 보면 보면 3월에 76개, 4월에 26개, 그리고 5월에는 달랑 15개로 점점 줄어들고 있는게 보입니다.

 

A. 네, 사실 저도 그걸 보면서 좌절을 많이 했어요. '아, 내 직업은 멘탈갑 연구소의 소장인데 어째 포스팅은 점점 줄어만 가는걸까' 머리 쥐어뜯으면서 자책을 좀 했죠. 아무래도 제가 생계유지를 위한 활동을 좀 하다보니까 시간이 많이 부족하고, 그게 자연스럽게 산출물의 감소로 나타타는것 같아요. 맘 같아서는 퇴근하고 나서 연구활동에 전념하고 싶지만, 체력 딸리고 피곤하고 친구들 만나고 이러다보면 또 연구를 소홀히하게 되거든요. 보시는 분들은 '이게 뭐 별거야?'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은근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해요. 책도 읽어야 하고, 자료도 찾아봐야 하고, 생각도 좀 정리해야 하고... 지금은 생계 유지때문에 시간을 많이 내지 못하고 있고, 그게 바로 포스팅의 감소로 드러나고 있어서 참... 저도 안타깝죠.

 

Q. 그동안의 멘탈갑연구소의 성과를 돌아보신다면?

 

A. 일단 방문자수가 많이 늘었어요. (웃음) 처음 시작할때는 30 정도, 처음부터 연구원들이 몇명 있었기에 저희끼리 막 접속하면서 그래도 30 정도로 시작을 했는데, 지금은 200정도 가까이 나오고 있고요. 블로그의 유입경로와 키워드를 보면 굉장히 다양한 유입이 이루어지고 있는게 보여요. 저희는 호기심위주나 연예인 가십 이런걸 안 올리고 있기 때문에 200이 그렇게 큰 방문자수는 아니지만 꽤 유의미한 숫자라고 저는 보고있고요. 점점 더 늘여갈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키워드검색에 의한 유입이 아니라  '즐겨찾기' 로만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한 200명 정도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게 지금의 목표이기도 하고요.

 

Q. 멘탈갑 연구소의 설립 목적이 '대한민국의 GNH향상을 위하여' 로 알고 있는데, 그 점에 있어서는 어떤 평가를 내리고 계신가요?

 

A. GNH라는 개념이 국가 행복지수인데, 사실 국가 행복지수에는 크게 두 가지 개념이 들어가요. 첫번째가 경제적인 안정에서 비롯되는 생활안정 지수고 두번째가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커뮤니티 지수거든요. 저희는 국가나 기업이 아니니까 첫 번째 지수는 논외로 쳐야 할것같고, 주목하는건 이제 두번째 지수인데요. 저를 포함해서 저희 연구원들과 방문자분들께는 그래도 '내 손을 놓지않을 마지막 사람' 이라는 인식을 조금씩이라도 심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가야할길이 멀지만. 일단 저부터가 굉장히 많은 힘을 얻고 있거든요.(웃음) 그래서 제가 이 대한민국의 한 일원이고, 저의 행복지수가 올라갔기때문에 분명 대한민국의 GNH도 향상되고 있다, 라고 긍정적으로 믿어보고 싶어요. 아, 물론 정말 개선해야할 점이 너무너무 많지만요.

 

Q. 어느덧 개소 6개월째인데 인상깊은 일이 있다면?

 

A. 최근에 한 분이 방명록에다가 너무 힘들다고 글을 남겨주셔서 제가 답글을 단 적이 있거든요. 조심스럽기도 하고, 저도 그런적이 있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정말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를 무수히 반복하면서 답글을 달았어요.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분을 토닥여주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요. 그런데 제 댓글을 보고 고맙다고 글을 남겨 주셨더라고요. 음... 그 때의 심정은 정말... 기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사실 저희 연구소가 보기에 따라서는 '쟤 뭐하는거야?' 싶을수도 있잖아요. 근데 그때 이 일 하기를 정말 잘했다. 이런 공간을 만들어두길 정말 잘했다, 그런 생각이 들었죠.

 

Q. 앞으로의 계획은?

 

A. 일단 6월까지 지금하고 있는 생계형 업무. 열심히 할거고요. 지난달에 국제교류연구원과 시도한게 있는데 그게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잘 풀리면 큰 도약을 할 수 있을것 같고... 아니면 또 새로운 길을 찾아봐야겠죠. 여튼 계속해서 어떡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뭐가 행복한 삶이지? 이런걸 꾸준히 연구할 생각이고요. 그 연구를 삶에 적용하여 변화를 이끌고 싶어요. 제가 요즘 꽂힌 말이 있는데요. 'Everything will be okay in the end. If it's not okay, it's not the end.' 지금의 비전과 목표가 선한 것이기때문에 결국에는 잘 될것이라고 믿어요. 잘 안되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또 다시 시도해보죠, 뭐. (웃음)

 

 

남들은 치맥과 부비부비로 씬나게 청춘을 보낸다는 불타는 금요일. 흰색 가운을 입고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소장은 생김새와는 달리 꽤나 진지한 모습이었다. 도서관에 가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다는 멘탈갑연구소의 소장 바이런씨. 금요일이 되어 실컷 연구를 할 수 있는 이 주말이 정말 행복하다며 웃는 이 젊은 연구소장의 모습에서, 어렴풋이나마 대한민국의 벅찬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이 시대의 숨겨진 돈키호테. 대한민국의 행복지수 향상을 위해 오늘도 불철주야 연구하는 바이런 소장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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