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입니다.
심리학에는 '프레임 이론' 이라는게 있습니다. 어떤 프레임을 써서 현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확연히 그것에 대한 의견이 달라진다는 것이죠. 하나의 예를 들자면, '성공확룔이 90%인 수술' 과 '10명 중 1명은 죽는 수술' 이라는 프레임입니다. 전자와 후자는 결국 같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전자가 '믿을만한' 수술로 여겨지는반면, 후자는 '꽤 위험한' 수술로 여겨지는것이지요. 이것은 결국 프레임의 차이입니다. 그래서 굉장히 중요하고 또 잘만 이용하면 유익한 이론이죠.
우리나라의 명품 열풍현상을 지적하면서 많은 분들이 명품 대신 사치품으로 바꾸어 쓰자고 목소리를 높이는것도 다 이 프레임 이론과 관련이 있습니다. 명품으로 부르면 '소유하고 싶은'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사치품' 으로 바라보면 '불필요하고 어리석은 소비' 의 대상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오늘 저는, 소위 말하는 '엄친아' '엄친딸' 프레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처음 이것은 한 웹툰에서 시작된 유행어였고, 엄마 친구가 엄마에게 (대부분은 과장인경우로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늘어놓은 자기 자식자랑에서 비롯된 조건들을 모두 갖춘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지요. 이를테면, 잘생긴 얼굴, 훤칠한 키, 우수한 성적 등등등. 하지만, 이제는 그 의미가 확장되어 단순히 '부잣집 자식' 이라든가, 부모님이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의 자녀들인 경우에도 이 호칭을 붙이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에 딴지를 걸고 싶습니다. 누군가가 외모가 뛰어난데, 실력마저 좋다면 그는 호평받는게 당연할겁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높은 지위에 있다는게, 그 사람 자체의 평가 이유가 될 수 있는걸까요? 물론, 든든한 배경은 되겠지요.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엄친아' 혹은 '엄친딸' 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는것은 지나친 오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성인인 이상, 부모님의 경제적 혹은 사회적 지위와 그 사람이 성취하는 지위는 별개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예전에 엄마 친구 딸이 결혼을 하면서, 시아버지가 서울대 교수라는 말만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참다못해 물었었지요. '그 남편은 어떤 사람인데? 아, 시아버지가 서울대 교수인게 무슨 상관이야?' 그렇지 않나요? 다 큰 성인이 아버지 직업과 사회적 지위에 자신을 포장하려 한다니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또 그것에만 관심을 쏟고 있고요.
우리 사회가 좀 더 건강한 사회라면, 저는 이런 이상한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장사 하신다고 훌륭한 부모님이 아니고, 월급쟁이라고 훌륭한 부모님이 아닌건 아니잖습니까. 물론, 조금 못생겼다고 뛰어난 사람이 아니고, 공부 좀 못한다고 훌륭하지 않은것도 아니고요. 엄친아, 엄친딸이 그저 외형의 조건들로만 사람을 평가하고 그런 조건들을 마냥 선망하게끔 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조금 씁쓸해 집니다.
정신 건강하고, 같이 있으면 기분 좋은 사람, 그것만으로 충분히 모든 사람들은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 아닐까요.
저는 뭐, 그렇습니다.
엄친딸? 엄친딸은 무슨...
엄친아? 엄친아는 개뿔...
'소장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주병이 위대한 이유 (4) | 2012.03.07 |
---|---|
인내하는 힘 (6) | 2012.02.19 |
인간적으로 그러지 맙시다, 우리 (6) | 2012.02.15 |
산드라 블록,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2) | 2012.02.08 |
웃기다고? 나는 진지해!, <이그노벨상 이야기> (2) | 2012.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