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벨상 이야기 - 마크 에이브러햄스 지음, 이은진 옮김/살림 |
이그노벨상을 아시나요? 노벨상이 인류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수여되는 상이라면, 이그노벨상은 '조금은 이상하지만, 어쨌든 연구가치가 있는' 재미있고 특이한 연구들에 수여되는 상 이름입니다. 저는 원래 좀 특이한걸 좋아하고, 쓸데 없는것에 관심이 있는 편이기에 이 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이 상을 전문적으로 리뷰하는 책이 한 권 있다지 뭡니까. 그래서 찾아 들었고 킬킬 거리며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목은 <이그노벨상 이야기>. 말 그대로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의 면면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리노탈렉소마니아. 이게 무슨 병명인지 아시나요? 바로 강박적인 코파기를 일컫는 말이라고 하네요. 트리초틸로마니아는? 강박적인 머리뽑기 라네요. 오니초파지아는? 강박적인 손톱 물어뜯기 라고 합니다. 이것은 10대 학생들의 코파기 형태를 연구한 한 이그노벨상 수상자의 논문에서 나오는 용어들입니다. 재미있지요.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퍼센트는 손가락만을 이용해 코를 파지만 나머지는 동일한 비율로 연필과 족집게의 도구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아, 맙소사, 연필이라니!
한편, 출산을 돕는 분만기계를 만들었다거나, 무식한 사람과 행복정도에 관한 연구를 했다든가, 비둘기에게 피카소와 모네의 그림을 구분하게 하는등의 쓸데 없어 보이지만 무척 진지해서 웃음을 일으키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가득합니다. 뭐 이런걸 다 연구해? 싶어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의미가 있는 연구라고 생각해 세계에서 여러 학자들이 머리 끙끙 싸매고 내놓은 결과들을 보노라니 무척이나 귀엽고 감동적이네요. 게다가 경제, 심리학, 화학, 평화 등등으로 수상 분야도 확실히 나누어져 있는걸 보노라니, '이그' 노벨이라고 해서 우습게 볼일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학계의 반응을 기대하지 않아도, 내가 좋아서 연구를 진행하고 자신만의 족적을 남긴 이 괴짜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스스로가 재밌었으니 그걸로 연구의 가치는 충분한 것 아닐까요. 세상에 모든 괴짜 천재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입니다. 이토록 재미있고 엉뚱한 연구들이라니... 이들이 있어 세상은 더욱 진보하는게 아닐까 싶네요. 그나저나 참... 책속에 소개된 방귀 냄새를 제거한다는 속옷,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구매하고 싶군요. 그 속옷의 광고문구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입으세요' 던데... 저희 부친께 꼭 하나 선물해 드려야 겠어요. 가족들의 말끔한 후각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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