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입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봤더니, 여러 카톡이 와 있는 가운데 평소에 연락을 잘 안하는 지인의 카톡이 하나 와 있더군요. 언뜻 보기에는 행운과 행복을 비는 안부연락 같았는데 읽다보니.... 뙇! 10명한테 이 글을 보내지 않으면 어쩌고 하는 '행운의 편지' 류의 글이었습니다. 참, 어이가 없더군요.
처음엔 그냥 '하하하' 웃으면서 '나이가 몇인데 이런걸 보내 ㅋㅋ' 라며 답을 해 주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기분이 별로더군요. 여태까지 살면서 여럿 '행운의 편지' 를 받아왔습니다. 문자로 많이 받았고, 그때는 주로 익명이었지요. 저는 그런거 정말 끔찍이 싫어해서 한번도 그걸 받아보고 남한테 다시 보내본적 없습니다. 그냥 피식 웃고 말았었죠. 그런데 카톡은 익명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걸 뻔히 알면서도 저한테 이런걸 보내다니요. 아무리 그 편지에서 말하는 '이거 10명한테 안보내면 나쁜일...' 어쩌고가 맘에 걸린다고 한들, 이렇게 다른 사람 기분까지 망치게 하나 싶어 씁쓸해졌습니다.
그러고보면, 사람들은 참 얄팍한것 같습니다. 누가 만들었을지 모를 그 처음 장난에 너도 나도 응해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그런 글귀를 끊임없이 유포를 하고 안심을 한다는게 말입니다. 물론, 그 편지를 보낸 사람들이야 '나도 당해서 기분이 찜찜하더라구ㅡ 너도 다른 사람 10명한테 보내면 되잖아' 라고 말하겠지만, 왜 그런 이유도 없고 유치한 장난거리를 사람들이 계속 반복해야 하나요. 누군가의 심술 때문에 놀아나면서요.
참, 나이가 들어도, 그때나 지금이나, 유치하고 속좁은건 어쩔수가 없는것 같습니다. 카톡으로 온 그 행운의 편지를 들여다보면서, 그 사람의 됨됨이를 다시 한번 느낍니다. 에휴, 저 말고도 아홉명한테 그걸 보냈을텐데... 그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행운의 편지가 보장해주는 행복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부디, 인간적으로 그런짓은 정말 이제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나 원, 애들도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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