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교육방송국 스태프 일을 하다가 타의적으로 나오게 됐다. 막말로 잘렸다. 그래. 차라리 잘 됐다. 하고 싶었던 영화를 한번 해보자. 연출부 생활을 시작하면서 영화 작업을 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러나 1년 동안 60만원으로 버텨야 했다
1년을 60만원으로 버티기 위해 무조건 안 쓰고 안 먹었다. 다행히 영화 현장에선 밥은 잘 챙겨주더라.
강철수 화백 만화 '내일 뉴스'를 각색한 시나리오를 쓴 뒤 영화사를 돌아다녔다. 곧 내 시나리오가 마음에 든다는 영화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안되 그 영화사는 문을 닫았다. 희망을 가졌다. 긍정적으로 나아갔다. 다행히 다음 영화사에서 내 시나리오를 좋게 봐줬다. 그 대표와 영화를 기획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하지만.. 그 대표는 병역문제로 인해 군대를 가야 했다. 이후 차기 대표에게 내 시나리오를 보여줬지만 모호한 반응을 보였다. 계속되는 수정 제안과 급기야 감독 교체설까지 나오게 됐고 결국 자식 같은 시나리오를 포기해야 했다.
시나리오 때문에 고심하던 중 아버지께서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아버지는 8개월간 투병 끝에 결국 돌아가셨다. 하지만 그 8개월간 아버지 옆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버지를 병간호하던 중 낮에는 병원을 밤에는 도서관을 갔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며 도서관에서 글을 썼고 1주일 뒤 단편 시나리오 하나가 나오게 됐다. 이 단편이 영화 '몽타주'의 시작이다.
- 영화감독 정근섭 인터뷰 中
(원문 http://media.daum.net/entertain/culture/newsview?newsid=20130510162705774)
올 해 본 한국영화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 <몽타주>.
감독의 인터뷰를 찾아보다가 그의 인생굴곡에 놀랐습니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엎어지고 또 나쁜 일 생기고... 그래도 버티니까, 좋은 일이 왔네요. 엄정화, 김상경 주연의 <몽타주>는 좋은 관객평과 함께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이죠.
제가 요즘 엄마랑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엄마 친구분들이 '내가 살다보니 이렇게 좋은 일이 다 생긴다. 오래살고 볼 일이다" 이런 말을 많이 하신다고 합니다. 젊었을 때는 너무 힘들기만 했는데, 나이가 드니까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고 자식도 잘 크고, 이러면서 인생은 '살아봐야 아는거구나' 라는 이야기를 하신다고요.
저도 돌아보면 저에게 생긴 모든일들. (물론 나쁜일도 있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기쁜 일들에 '아 인생은 정말 살아봐야 아는거구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하곤 합니다. 살다보면 참 별별일이 다 있지요. 그래도 너무 일찍 포기하거나, 너무 일찍 좌절하기에는 분명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 길 열심히 가다보면,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재미있게 하다보면, 좋은 일 생기고 또 좋은 사람도 만나겠지요.
지금 나쁜 일이 연달아 생긴다 하더라도, 절대 이게 끝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나가고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생각지도 못한 좋은일이 올지도 모르니까요. 막다른 골목이라고 생각한 그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스토리가 시작될지도 모르고요. 어떤 순간에도 인생은 결국 내가 생각하는대로 흘러간다는 것. 그리고 그 인생의 지도를 그리는 사람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라는 거, 결코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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