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입니다.
뜬금없이, 정말 뜬금포 터지게, 추억의 가수 유승준의 음악을 찾아 듣고 있습니다. 유승준, 기억하시나요? 유승준은 '가위'라는 데뷔곡 하나로 정말 최고의 스타가 되었죠. 잘생긴 얼굴, 탄탄한 몸매. 크리스천으로 모범이 되는 멘탈까지. (저도 그랬지만) 그래서였는지, 당시 교회 다니는 여학생들의 이상형은 모두 하나같이 유승준이었습니다. '난 유승준 같은 사람하고 결혼하고 싶어' 가 단골멘트였죠. 그건 떠들기 좋아하는 까불이 여학생인 저나, 모범생 중에 모범생인 제 친구나 다를 게 없는 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일명 '스티브 유' 사건으로 영구추방 되기에 이르죠. 지금이나 그때나 자세한 사건의 내막은 모르겠지만, 워낙 기대가 컸고 이미지가 좋았던 연예인이었기에 그 후폭풍은 거셀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국어시간에 선생님과 그의 영구추방에 대해 찬반 토론을 나누기도 했을 정도로 대단한 이슈였죠. 물론, 유승준 팬 한명만 빼고 모두 유승준을 성토하는 자리가 되긴 했지만요. 그건 유승준을 이상형으로 삼으며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던 저에게도 예외는 아닌, 실망스러움 이더군요.
유승준을 생각하면 많은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장안의 화제였던 그의 춤, 가위댄스를 열심히 따라 추었던 것. 최지우와 나왔던 뮤직비디오 <나나나>가 일밤이 끝나고 첫 공개됐을 때 '어쩜 저렇게 잘생길 수 있냐' 라며 울부짖었던 것. 3집 때였나? 제가 살던 지역 백화점에 그가 사인회를 해서 찾아갔는데, 2층까지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있었던 것. 오락실에서 그의 노래 <찾길바래>를 틀어놓고 펌프라는 오락을 즐겼던 것. 친구 따라 간 공개방송에서 웨슼사이~드 하며 그를 응원했었던 것.
허허. 생각해보니 그저 즐거운 기억들 뿐이네요. 그 사건은 분명 정서상 공분을 일으킬만한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저 한 사람의 인간으로, 그리고 제게 많은 추억을 주었던 가수로 기억될 뿐입니다. 추억할 수 있는 음악이 있고, 떠올릴 기억이 있다는 것. 괜히, 제가 80년대에 태어나 90년대의 대중문화를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 참 고마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빠아. 승주니 옵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