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까, 내가 미안해."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너무 끔찍한 하루였어. 시험에서 또 떨어졌다는 게 믿어지지도 않고... 이제 정말 쥐구멍까지 닫혀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용서가 안 되겠지만... 운이 나빠 지네한테 물렸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 ........."
" 아니면, 화가 풀릴 때까지 날 때려."
" 됐어."
" 야, 나 지금 감기약 이백 알 갖고 있다? 그러니까 너도 힘들면 나한테 말해. 친구가 뭐니. 콩 한쪽도 나눠 먹는..."
" 난 안 죽어."
밤이라서 주위가 몹시 고요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 넌 그깟 시험에서 떨어진 게 뭐 그렇게 대단하다는 거야? 사람들은 누구나 다 떨어져. 원래 시험이란 게 몇 명만 붙고 나머지는 다 떨어지는 거야. 그리고 사실..."
민이는 잠깐 말을 멈췄다.
"그렇게 치면 나는 태어날때부터 떨어졌어. 제일 붙고 싶던 데에서, 여자가 되는 데에서 떨어졌다고. 넌 내가 떨어진 데에 붙었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요란이야?"
- 소설, <달의 바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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