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서 유럽피언의 20대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20대 후반이 된 지금 (한국 나이로도, 서양 나이로도),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사실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멋진 남편과 알콩달콩 사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오히려 그때나 지금이나 겉 모습만 보자면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여전히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불안해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여유 혹은 배짱이 조금은 생겼다고 할까.
돌이켜보면, 대학 졸업할 때부터 26세가 가장 우울했던 것 같다. 항상 정답이 있는 시험 문제만 풀다가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웠고, 남들보다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했었다. 실제로 남들보다 뒤쳐지고 있지만, 지금은 “천천히 가도 나쁘지 않아”라고 스스로 다독여주는 법을 배웠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시절이 떠올랐다. 주인공 Xavier 역시 그 나이 또래. 작가가 되고 싶어하지만 그 역시 현실에 부딪친다. 작가의 길보다는 ‘보다’ 안정적인 경제학, 그리고 스페인어를 선택하는 그. 그래서 그는 교환학생 제도를 통해 바르셀로나로 향한다.
청춘의 꿈
새로운 장소는 두려움과 함께 언제나 설렘을 가져다 준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서울이 지겹고 Paris가 로망이듯이, 프랑스 청년 Xavier에게는 익숙한 Paris가 지겨울 뿐이다. 지겹다는 것이 억지라면 그에게 Paris는 현실. 그 역시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파리의 상징, 에펠 탑이 보이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친구 분은 앞으로는 스페인어를 알아두어야 한다고 Xavier에게 충고한다. 그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지만, 과감하게 현실로 뛰어들어 간다.
지금
돌이켜보면, 부모님이 시켜 억지로 친 피아노이지만, 그래도 그 덕에 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내가 음악적 재능이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고민하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계속 하고 있다면, 결국 그것이 나중에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설사 그것이 지금 당장은 하찮고 거창해 보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고민만 하기 보다는 무언가에 계속 도전하면 그것에 나중에는 쌓이고 쌓여서 귀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
주인공 Xavier 역시 바르셀로나에서의 경험을 통해 글을 쓸 소재를 찾았다. 만약 그가 그냥 Paris에서 고민만 했다면, 현실 속으로 뛰어들지 않았다면, 글을 쓰기 위한 첫 걸음도 뗄 수 있었을까?
청춘의
꿈이란 것. 생각해보면 그리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당장은 꿈에서 멀어져 현실에 얽매여 사는 것 같더라도,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도 무언가를 배울 수도 앞으로 꿈을 펼쳐가는 데 밑 걸음이 될 수도 있다.
이 영화 재미도 재미이지만, 청춘인 우리에게 무언가 묵직한 깨달음을 주는 것 같다.
청춘의 사랑이란?
낯선 곳에서 낯선 만남이 가져다 주는 특별한 무엇이 있나 보다. 영국에서 온 Wendy는 영국에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에서 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르는 미국인과 ‘즐긴다’. Xavier역시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Paris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에서 공항에서 만난 유부녀와 ‘즐긴다’.
나에게
어려웠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연애’였다. 대학교만 가면 바로 남자친구가 생기는 줄 알았는데, 결국 대학 졸업 때까지 그 흔한 스캔들도 없었다. 그래서 뒤늦게 처음 찾아온 사랑에 속 태우고 혼자 눈물을 훔친 적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저런 식의 ‘즐긴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들은
사랑한다는 감정과 즐긴다는 감정을 어떻게 구분하는 걸까? Wendy가 그냥 미국인과 함께 있으면 즐겁고 편하다고. 하지만 그 어떠한 책임감도 느끼지 않아 좋다고 말한다. Wendy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는 주인공뿐만이 아니라 조연에게도 감정이입이 된다는 거. 만약 나는 상대방을 사랑했는데, 상대방은 그저 즐긴거라면, 이것만큼 슬픈 일이 어디 있을까.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 몰래 다른 사람과 즐기고 있다면, 또 이것만큼 하늘 무너지는 일이 어디 있을까.
어떤
친구는 나보고 연애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고, 또 다른 친구는 ‘쿨’해지라고 조언하지만, 사람의 감정이 어찌 그리 차가울 수 있단 말인가! 설사 즐기는 것이 상처를 덜 받는 것이라 해도, 상처 받는 뜨거운 사랑이 또 다른 뜨거운 사랑을 부르는 것 같다. 사랑 할 줄 아는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듯이 말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간사이지만, 그래도 지금의 우리는 뜨겁게 사랑하고 열심히 도전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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