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멘붕극복실/어떡하지, 너?

강신주, 대선을 앞두고 고민인 당신에게

by 김핸디 2012. 12. 9.





* 벙커1 '강신주 다상담' 강연을 듣고, 정리한 글임을 알립니다.



고민

누구를 뽑아야할지,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상담

일단, 이것부터 기억하자. 국가란 '수탈과 재분배' 의 도구다. 수탈, 즉, 세금을 통하여 돈을 걷고 그것을 어떻게 분배하느냐가 국가의 역할인것이다. 자, 여러분이 국가라고 한 번 생각해보자. 돈 많은 재벌의 눈치를 보겠나, 아니면 개뿔 가진게 없는 여러분의 눈치를 보겠나. 당연히 전자다. 재분배를 하려면 일단 수탈을 해야하고, 세금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 중에 하나가 재벌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가진 것 없는 여러분을 위해서 움직이진 않는다. 일단 받아들일건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국가는 재분배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수탈된 돈을 어떤 곳에다가 재분배를 할지 결정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지닌 사람이다. 그럼 어떤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일까. 나는 간단하게 가족을 생각해 본다. 가족이라면 적어도, 먹는거, 자는거, 아픈거 가지고는 터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아빠가 '넌 공부를 못하니까 요만큼만 먹어' 라고 말한다거나, 엄마가 '아프니? 이건 내 돈이니까 니가 돈 벌어서 병원가' 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게 가족이다. 가족 안에서 먹는거, 자는거, 아픈거의 문제는 누구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배고프면 누구에게나 내어주고, 아프면 누구라도 돌보아준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좀 못나고 부족하더래도 밥은 먹이고, 잠은 재우고, 아픈건 치료해줘야 한다. 이게 곧 주거문제나 의료문제다. 나는 이걸 '누구도 가지지 못해서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영역' 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아빠도 먹을걸 독점하거나 거실을 독점하진 않는다. 거실은 누구의 것도 아니어서 누구나 있을 수 있는 가족의 공동영역이다. 냉장고 속 먹을 것 역시 누구의 소유도 아니어서 아무나 먹을 수 있는 공동영역이다. 그리고 나는 국가 역시, 이 공동영역을 넓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동영역이 넓어지면, 공동체는 결속하고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공동체의 힘이다. 


자, 그럼 생각해보자. 누가 더 '누구도 가지지 못해서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공공의 영역을 넓힐 수 있을까. 아마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놈이 그놈이지, 오십보 백보가 다 똑같지. 하지만 이론에선 어떨지 몰라도 현실에서 오십보 백보는 다르다. 비슷해보이지만 오십보와 백보는 분명히 다른거다. 여러분의 선택은 거기에 달렸다. 오십보 뒤로간 곳에서 시작할 것인지, 백보 뒤로간 곳에서 시작할 것인지. 오십보에서 시작하면 오십보를 걸어오면 되지만, 백보에서 시작하면 백보를 걸어와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백오십보 이백보를 뒤로 걸어갈지도 모른다.


발터 벤야민이 말했다. '진정한 진보는 매 순간 일보만을 내딛는 것' 이라고. 여러분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별 차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도와 개는 다르다. 개와 걸도 다르다. 그 한 걸음의 차이가 승부를 좌우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우리의 삶은 어려울 거다. 하지만 밥 한끼라도 내어주며 짜르는것과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고 짜르는것은 분명히 다르다. 짜르는건 똑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전자는 사람을 살리고 후자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오십보 백보는 같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다르다. 차선의 선택을 하라는게 아니다. 어차피 최선의 선택이란 존재하지도 않으니까. 오십보에 있는 후보를 선택할지, 백보에 있는 후보를 선택할지, 결정해야한다. 사람을 다치게 한다는 점에서 상해죄와 살인죄는 같지만, 그 결과는 무척이나 다르다. 오십보에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십보와 백보는 다르다. 같아 보일지 라도 결코 똑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