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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탐사실/훈훈한 삶

세계의 일이 곧 나의 일이다, 여행자 한비야

by 김핸디 2012. 11. 15.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란에서 몇 달 있었을 때 조금 익힌 페르시아말로 얘기를 했어요. "너네들, 이모하고 약속할 게 있다. 너희들 전쟁 끝날 때까지 죽으면 죽을 줄 알어." 50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깜짝 놀라면서 기쁜 얼굴로 "발레요(알았어요)" 하면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갸웃하는 거예요. "너희들 천 원짜리로 고칠 수 있는 탈수, 설사병, 그런 허접한 병으로 죽으면 죽을 줄 알어."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알았다고 하는데 가슴이 뭉클했어요.

 

나는 너희 나라에 평화가 오면 다시 올아올 거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나가려고 하는데 어떤 아이가 "비야"하고 저를 부르는 거예요. '비야'가 그 동네말로 '여보세요' 라는 뜻이에요. 온 동네 전체가 저를 부르고 다녀요. (청중웃음) 그 아이는 지뢰를 밟아서 팔다리가 잘린 아이였어요. 목발을 짚고 저한테 빵을 주는 거예요. 뭐라도 주고 싶은데 줄게 없으니까 빵을 준 거에요. 제가 후에 긴급구호 활동을 하면서 그 아이들에게 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잘 알게 됐어요. 얼마 만에 생긴 건지도 모르고 언제 다시 생길지 모르는 빵이에요. 그런데 "이모는 나의 친구예요" 라는 듯한 눈빛으로 그걸 주는 거예요.

 

- 한비야

 


 



 

한비야씨의 여행기를 읽노라니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네요. 너희들 전쟁 끝나기 전에 죽으면 죽어, 라며 아이들을 바라보는 이방인과 그 이방인을 바라보면서 빵을 나누어주는 아이들이라니... 김여진씨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세상에 관심을 가지면 내 문제는 너무도 사소한게 되어버린다.' 라고.

 

나에게만 몰입해있으면 인생은 불행해집니다. 참을 수 없이 가볍고, 의미를 찾기 힘들것이 내 자신의 매몰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사랑하는게 많은 사람, 오지랖 넓게 세상 끝 아이들과도 마음을 나눈 사람은, 누구보다도 삶을 충실하게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비야 씨가 권해준대로 세계지도를 이제서라도 책상에 붙여놔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세계 270분의 1의 면적에 우리가 삽니다. 하지만, 나의 관심사는 이 세계전부가 될 수 있는 것이죠. 멀리, 넓게, 또 크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딱 그만큼의 크기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