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세상은, 사람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좀더 지혜롭게, 좀더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세상이 아닐까. 배운 만큼, 가진 만큼, 더 열심히 질문에 응답해야 하는 사람들이 그 질문을 철저히 묵살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서럽고, 괴롭고, 외롭다. ‘우리의 액션’만 있고 ‘그들의 리액션’은 없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지쳐 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액션’의 중요성에 비해 ‘리액션’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데 소홀하다. 연설의 중요성, 고백의 중요성, 프레젠테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들은 쏟아져 나오지만, 상대의 ‘액션’을 향해 어떤 ‘리액션’을 보낼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처럼 가르치지 않는다. 상대방이 멋진 의견을 낼 때, 그저 ‘대박’, ‘헐’이라는 상투적 감탄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좀더 대화를 신명나게 이어나갈 수 있는 멋진 추임새를 넣어주는 센스, 그것이야말로 교양의 숨결이 아닐까.
<어린왕자>의 여우처럼, 김춘수의 <꽃>처럼, 오직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를 향해 보낼 수 있는 따스한 눈빛. 우리는 오늘도 그런 아름다운 리액션을 꿈꾼다. 타인에게 보내는 아주 사소한 미소만으로도,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더 많이, 더 열정적으로 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좀더 살 만해지지 않을까. 쉬지 않고 이어지는 고수들의 탁구 경기처럼, 핑퐁핑퐁, 액션이 곧 리액션이 되는 멋진 대화를 하고 싶다. 이토록 육중하게 닫힌 문들이 가득한 세상에서는, 리액션이야말로 최고의 액션이다.
- 정여울, <한겨레 청소년인문학> 中
무플은 악플보다 무섭다, 라는 말이 있죠. 사람들은 누구나 무관심보다는 그게 나쁜 반응일지라도 '리액션' 을 원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부터가 그렇고요. 인간관계에서 가장 많은 상처를 받았던 적도, 그 친구가 저에게 듣기 나쁜 말을 했을때라기 보다는 이야기하는 도중 성의없게 고개를 끄덕이고 하품을 할 때였어요. 아, 얘 앞에서 나는 뭔가. 존재감을 못 느낄때 누군가와 같이 있음에도 외로워졌죠.
물론, 모든 이야기에 적절한 리액션을 하기에는 힘들어요. 가끔은 밋밋한 리액션이야말로 '나는 당신의 이야기가 지루하다' 라는 완곡한 표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가까운 이들에게 끊임없이 관심을 받고 무언가를 공유할 수 있다는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요. 내가 한 얘기에 초롱초롱 눈을 빛내고, 나의 관심사에 맞장구를 치며 반응해주는 그 순간이요.
사람을 감동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좋아하는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이라는 말이 있지요. 가끔은, 주변 사람들의 관심사를 먼저 챙겨서 관심을 표현해보는게 어떨까요. 니가 보고 싶다던 영화 개봉했더라... 사진 봤어, 여행은 좋았어? 얘기 좀 해봐... 정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ㅠㅠ... 우리는 모두 서로의 리액션이 필요해요. 너에 대한 관심, 그들에 대한 관심. 누군가의 삶에 대한 관심. 잊지 말아요. 하나의 몸짓은, 이름을 불러줄 때야 비로소 '꽃' 이 되어 내게 다가온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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