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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갑추구실/멘탈갑 : 어록

강신주, 선택에 대하여

by 김핸디 2012. 6. 9.

 

결정한다는 것, 고민해봤나? A, B 두 사람이 있을 때, 선택한다는 건 A의 단점을 보고 B의 장점을 버리는 것이다. 헌데, 우리는 장점만 선택하려고 한다. A의 단점이 제거되길 기다린다. 오래 연애한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한다. 오래 연애하니 하나밖에 안 남은 거지. 이는 선택 아닌 선택당한 것이다. 나중에 진정한 선택의 기회가 온다. 보통 사람은 B를 버릴 때 단점을 보고 A의 장점을 보고 선택한다. A, B 장단점이 똑같이 보일 때 선택해야 한다. 양쪽 장단점이 다 보일 때 그리 해야 한다.


대통령 은퇴하고 나서 장점이 보일 수 있다. 장점을 다 본 다음에 버려야 한다. 그게 인문적이고 성숙한 태도다. 김어준 좋아하나? 누구를 좋아하면 단점까지 감당해야 한다. 그래야 힘이 드러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단점을 찾으려고 노력해라. 나중에 단점이 보이기 전에.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건, 단점까지도 끌어안는 것이다.


너랑 살면 50평 아파트에 살고, 해외여행도 다니는 거 알아, 그런데도 꺼져라. 이래야 한다. 지성이 차갑고 잔혹하고 멋있고 성숙해 보이는 건 여기서 온다. 옆 사람 얘기에 가볍게 움직이지 마라. 장단점이 보일 때까지 가만있어라. 충분히 안 다음 움직여라. 수천 명이 떠나고 혼자 남아도 미워하고 사랑할 수 있다. 그것을 어른이라고 부른다. 우르르 간다고 따라가면 안 된다. 저렇게 결정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 때 남루한 사회를 벗어나 민주사회로 갈 것이다. 선택의 세계로 계속 들어가라. 그래야 세계를 이해한다.

 

우리가 원하는 자유는, 장점을 선택하는 게 아니다. 자유롭기 때문에 감당해야 할 위험을 선택하는 게 자유다. 진짜 자유롭게 안데스산맥을 다녀봐라. 그게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썩고 땀 냄새 나는 것인지. 소는 인간에게 사육 받은 게 더 좋을지 모른다. 건초 지급되지, 맹수로부터 보호되지, 소의 평균수명은 사육되면서 늘어났다.

 

길을 선택해서 가더라도 잡념이 많이 나면 걷는 게 아니다. 진짜로 걸으면 그런 생각, 안 난다. 그냥 간다. 선택해도 미련이 남으면 아직 선택한 것이 아니다. 행동한 순간, 고뇌는 없어진다. 주변에선 잘못됐다고 말해도 가는 거다. 고뇌가 있으면 아직 선택을 안 한 거다.

 

이성복 시인이 말했다. 방법이 있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삶도 방법이 있으면 삶이 아니다. 다시 결정할 때가 온다. 돌아가진 마라. 돌아갈 생각하면 보폭은 줄어든다. 생각이 복잡할수록 보폭을 크게 가라. 여행가서 집에 가스를 껐나, 생각하면 여행은 다 한 거지.

 

- 강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