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도 아닌데, 갑자기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어요. 이건 분명히 제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읽고 있었기 때문. 여기에 도착한 뒤로는 몇 권 안되는 한국책을 반복적으로 읽다보니 이 책만도 벌써 네 번째였는데... 이번에는 그냥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주르륵 쏟아지더라고요. (주책주책;;;;)
여 주인공인 아오마메가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말했을 때는 눈물이 왈칵. 단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니. 유치하고 허무 맹랑한 저 말 한 마디가 제 마음을 찌릿찌릿하게 한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 지금의 제 나이쯤 되면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어 제가 선택한 분야에서 나름 명성도 얻었을 것이라 상상했더랬지요. (커리어 우먼은 때려치고 아직도 학생;;;;;) 성공이 인생을 좌우하는 지표인 마냥 그때는 아무 이유없이 성공하고 싶었고, 남들에게 인정도 받고 싶었어요.
도도한 커리어 우먼이 될려면 사랑 따위는 사치라고도 생각했었고요. 이건 분명히 드라마와 성공 다큐멘터리의 영향. 어린 제 눈에는 성공한 여자들은 인정사정없이 자기 자신에게 혹독한 사람들이었고, 성공을 위해서라면 사랑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그런 사람들로 비쳤거든요.
중학교 때 아주 열렬히 들키지 않고 혼자 마음 속으로 누군가를 좋아했지만, 이건 단순히 용기가 없어기 때문에 고백조차 못했던 거고 (거절당할까봐 두려워서) 그 뒤로는 누군가를 좋아할 기회조차 없었어요 (공학이었지만 남녀 분리 고등학교, 여대;;;;;;;) 이런 상태에서 저런 말도 안되는 미디어의 영향으로 저는 진짜 사랑 혹은 인연과는 거리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사랑이 항상 행복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소장님만 알고 있는 저의 연애스토리) 적어도 마음은 활짝 열어주는 것 같아요. 삶을 다양하게 바라 볼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 예전에는 성공에는 반드시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희생하면서까지 성공하고도 싶었지만, 지금은 아주 조금 놓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100% 다 놓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요. 그래도 내려 놓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ㅎㅎ
나이 30을 바라보는데도 저는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근데 한가지 확실한 건 마음이 요동치고 반응한다는 것. 때로는 아프기도 하다는 것. 그리고 사랑만으로도 인생은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거. 설사 세상 사람들이 나를 모르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한 사람만이 나를 기억해준다면 그것만으로 인생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거요.
성공한 삶보다는 사랑이 많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늘 강렬히 희망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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