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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극복실/괜찮아 : 아포리즘

고통의 무게

by 김핸디 2012. 5. 2.

 

 

사람들은 남들이 와서 휘저어놓지 않아도 충분히 힘들다고요.

 

- 멋진징조들 中

 

 


 


 

 

요즘 힘듭니다. 언제는 힘 안든적이 있었냐마는... 그래도 힘듭니다. 이번달부터 경제적 자립을 시작했습니다. 고정적인 급여는 아니지만, 부모님이 여태 보조해주시던 교통비, 식비등을 온전히 감당하기 시작했지요. 학자금 대출 상환까지 챙기노라니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노트북 할부로 인해 생전 처음 맞은 카드값 폭탄에도 허덕이고 있는 형편이고요.

 

그런데 제 주변 사람들도 모두 힘들어 보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아직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지 못한 친구들은 심리적으로 힘들어하고,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직장에 들어간 친구들도 이어지는 야근과 주말근무로 피로한 모습입니다. 주위의 신혼부부는 육아비용으로 힘들어하고, 중년의 지인은 노후를 걱정하며 불안해 합니다.

 

한편, 인터넷에서도 모두 힘든 사람 투성입니다. 트위터를 하다보면 하루에도 멀다하고 도와줍시다, 힘을 보탭시다, 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글 하나하나는 '여러분의 작은정성을 보태주세요' 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런 작은 정성을 요하는 곳이 너무 많다보니까 공감보다는 지쳐버리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나도 힘든데, 뭐 이렇게 도와달라는 사람은 많은건지... 도와주지 못해서 안타깝다가도, 계속 힘든 사람들의 힘든 사연만을 접하다 보면 우울하고 또 외면하고 싶어집니다.

 

사람들은 항상 자기 자신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타인의 고통에는 둔감해지며 "니가 뭐가 힘드냐. 내가 더 힘들어!" 하며 지나쳐버릴 때가 많은 거지요. 하지만, 내가 힘든만큼 저 사람도 많이 힘듭니다. 나보다 더 힘들지도 모르고, 설령 나보다 덜 힘들다해도 그게 그 사람이 힘들지 않다는건 아닐테니까요.

 

책의 문구처럼 사람들은 '남들이 와서 휘저어 놓지 않아도 충분히 힘든' 존재들이 아닌가 합니다. 저도 힘들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지금은 도와달라는 사람들의 요구들을 들어주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짐을 당장 지어줄 수는 없다해도, 같이 걸어갈 있게 보폭이라도 맞추려고 노력하고자 합니다. 뒤에 걸어오는 사람이 너무 외롭지 않게, 나와 나란히 걷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게.

 

우리 모두는 각자 삶의 무게를 견디고 살아갑니다. 그러니 그것을 너무 엄살부리면서 견디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힘든 순간에, 누군가도 그의 삶의 무게를 견대내고 있다는 것. 그것을 잊지않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