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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극복실/괜찮아 : 아포리즘

공지영, <즐거운 나의 집>

by 김핸디 2014. 12. 15.



엄마는 코코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살아있는 것들은 다 겁이 나서... 겁이 나서, 금붕어 한 마리 키우고 싶지 않았거든."


좋은 가을이었다. 아직도 덥고, 아직도 바람은 뜨거운 열기를 머금고 있었지만 이번 가을에는 좋은 일이 많을 것 같았다. "엄마... 나 공부 열심히 할게." 신발을 신다 말고 내가 말했다. 엄마는 나를 가볍게 째려보았다.


옴마가 허락했음!


십 초도 지나지 않아서 환호성이 담긴 메시지가 내 휴대폰으로 도착했다. 언제나 무거운 가방과 피곤한 머리가 무겁게 의식되던 전철역이 오늘따라 밝고 활기차게 보였다. 이상한 일이다. 무엇이든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을 가진다는 것은 세상을 바꾸어버리는가보다.



- 공지영, <즐거운 나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