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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극복실/괜찮아 : 아포리즘

공지영, <즐거운 나의 집>

by 김핸디 2014. 12. 15.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하겠어. 세상에 내 속에서, 그것도 내 뱃속에서 다른 생명의 심장 소리가 들리다니, 생명이 생명을 낳는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고 우주 속에 또 다른 우주가 들어 있는 신비를 엿본 것도 같고, 내가 여자라는 사실이 신기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어. 엄마가 그 후에 어떤 소설을 쓴들 그보다 더한 창조의 환희를 다시 느껴볼 수가 있겠니? 아마 다시는없을 거야. ... 그게 바로 너야, 위녕.


어떤 순간에도 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어서는 안 돼. 너도 모자라고 엄마도 모자라고 아빠도 모자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자람 때문에 누구를 멸시하거나 미워할 권리는 없어. 괜찮은 거야. 그담에 또 잘하면 되는 거야. 잘못하면 또 고치면 되는거야. 그담에 잘못하면 또 고치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가 있는 거야. 엄마는... 엄마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냈어.


- 공지영, <즐거운 나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