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입니다.
올해엔 생각보다 많은 영화를 보진 못했습니다. 30여 편이 조금 넘는 것 같네요. 그동안은 평균적으로 1년에 50편에서 60편은 봐왔던 것 같은데... 여튼, 연말이니 다이어리를 뒤지다가 Best영화를 한 번 꼽아봤습니다. 영화평론가도 아닌 주제에... 하지만 한 때 영화감독을 꿈꿨으니, 그 정도 애정이라면 충분히 리스트를 뽑을 자격정도는 있는 거겠죠 :)
5위는 덴마크 영화 <더 헌트> 입니다.
한 남자가 아동 성추행범으로 몰리게 됩니다. 사실은 한 여자애의 발칙한 거짓말이 나은 끔찍한 결과죠. 이 영화는 시종일관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주변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지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두 갈래로 나뉘어지죠. 비난하거나, 아니면 끝까지 믿거나. 저도 가끔씩 이런 상황을 떠올려보는데, 영화를 보면서 내내 '나라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믿어줄 수 있을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의 결백을 끝까지 믿어줄것인지' 에 대한 질문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남자주인공인 매즈 미켈슨의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었고, 극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4위는 장안의 화제였던 <설국열차> 입니다.
저는 봉준호 감독 영화가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살인의 추억>은 물론이고, <마더>나 <괴물>도 여러번 보고 시나리오까지 따로 읽을 정도로 그가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가 참 마음에 들거든요. <설국열차>는 이야기거리가 끊이지 않는 영화였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벽인줄 알았던 문' 이 가지는 메타포와 다른 세상을 위해서는 그 체제의 꼭대기가 아니라 탈주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영화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3위는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남쪽으로 튀어> 입니다.
아, 정말 제가 무척 좋아하는 소설 <남쪽으로 튀어>! 영화는 소설보다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원작이 워낙 좋아서인지 영화도 무척이나 즐겁게 본 기억이 납니다. '주민등록번호따윈 길어서 못 외우겠어!' 라고 외치는 위풍당당 최해갑. 처음부터 끝까지 '통쾌함' 이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었던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결말이 너무 작위적이라고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영화란 원래 '꿈의 공장' 인 법이니까요.
2위는 일본영화 특유의 엉뚱함이 묻어나는 <로봇 G>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이지 일본인들의 상상력은 남다른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우리처럼 똑같이 주입식 교육을 받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기발한 생각을 해낸단 말입니까! 개발하던 로보트가 고장나서, 사람이 대신 들어가 로보트인척을 하는 영화라니요? 시종일관 유쾌함이 끊이지 않았고, 루저들의 고군분투가 무척 사랑스럽게 느껴졌던 영화입니다. 사람들을 속이면서도 아무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 '모두에게 해피엔딩' 은, 단언컨대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일 것입니다.
1위는 거장이 만든 코미디 영화 <엔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 입니다.
과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과 같은 영화로 기어코 제 눈을 감기고 말았던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 그래서 안 보려고 했으나, 우연히 주어진 무료티켓에 저는 광화문까지 향했고- 그곳에서 올 해 가장 행복하고 유쾌한 영화를 보고야 말았던 것이었으니... 아, 정말이지 사람은 이럴 때 사는 재미를 느끼는 게 아닐까요. 벼락같은 축복! 소설가 김연수식으로 말하자면 '예기치못한 폭설' 같은 만남이니 말입니다. 영화를 보고나와서 흐뭇함에 오랫동안 광대가 폭발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음이 뭉클했던 루저들의 마지막 우정과, 엔딩에 쓰였던 흥겨운 음악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부터 주제까지, 모든것이 완벽했던 영화. 단연코 2013 최고의 영화로 <엔젤스셰어>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Awesome!
그 외에도 12월에 봤던 두 편의 명품영화 <어바웃 타임>과 <변호인>, 정말 잘 만든 스릴러 영화라고 느꼈던 <몽타주>, 기가막힌 우주체험을 하게 해줬던 <그래비티>, 어떻게 이런 소재로 이런 영화를 만들지 싶었던 <포 모어 이어즈>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2013년에도 시공간을 잡아두는 영화가 있어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올해가 지나고 이 영화들을 다시 본다면, 언제나 그랬듯, 함께 본 사람들과 영화를 보고 나와 걸었던 그 길이 떠오르겠지요. 그래서 꼭 영화만큼, 그 기억으로 행복해질 겁니다. 오래도록.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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