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스스로에 대한 폭력이에요. 왜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느냐면 내가 패배자이기 때문이에요. 내가 패배자고 못난 모습이기 때문에 나를 제거하는 거예요. 경쟁 사회에서는 경쟁을 내면화해요. 나 스스로가 이 경쟁에, 게임에 뛰어든 거예요. 그런데 내가 졌으니까 끝난 거예요. 이런 논리로 자살을 하는 거거든요.
애초에 경쟁 판에 안 뛰어들고 '왜 너희가 경쟁 판을 만들어?' 하는 사람은 안 죽어요. 경쟁 판에 뛰어든 아이들, 1등 하는 아이들이 죽는 거예요. 뒤에서 10등 하는 아이들은 꼴찌 했다고 안 죽어요. 그 아이들은 대개 경쟁을 안 받아들여요. 심지어 자기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했다는 둥 오만 가지 핑계를 만들어놓죠.
사회 불만 세력들은 안 죽어요. 그런데 체제의 수혜자였던 아이들, 경쟁을 받아들였던 아이들이 많이 죽죠. 사실은 체제가 살인을 하는 거예요.
- 강신주
소장입니다.
또 어제 본 영화 <고령화 가족> 이 떠오르네요. 극 중 영화감독역의 박해일은 영화를 말아먹고, 아내와 이혼을 하고, 월세까지 밀리자 자살을 결심합니다. 넥타이로 목을 매 세상과 등지려는 순간... 엄마의 전화 한 통을 받고 마음을 고쳐 먹게 되죠.
그에게는 형이 하나 있습니다. 전과자에, 백수. 학력도 낮고 무식하죠. 그러나 그는 무척 태평합니다. 낮잠을 자고, 고기를 먹고, 엄마에게 용돈을 타 쓰고. 하나뿐인 여동생도 그리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두번 째 이혼. 가방끈은 역시 짧고, 욕설을 달고 사는 인물이죠. 이에 비하면 박해일은 집안의 유일한 대졸자이며, 늘 책을 읽고, 어느 집안에서나 하나씩은 있을 법한, '우리 집안을 일으킬만한 인물' 입니다.
골 때리는 가족 구성원 @ 영화, 고령화 가족
그러나 오직 박해일만이 삶의 고통속에 몸부림칩니다. 우월한 학력, 비록 망했지만 영화감독이라는 커리어. 가장 내세울 게 많은 그가 역설적으로 가장 힘들게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죠. 왜 일까요. 강신주식으로 설명하자면, 체제에 가장 순응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는 머릿속 '대졸자의 삶' 이나 '영화감독으로서의 삶' 이라는 이상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이상에 부응하지 못하는 현실의 자기자신을 견딜 수 없어합니다. 하지만 전과자 형 윤제문이나, 결혼만 2번 실패한 공효진에게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 라는 인생의 당위가 존재하지 않죠. 그냥 닥치는 대로 삶을 살아갈 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남들이 보기에는 뜨악스럽지만 정작 본인은 무사 태평합니다. '뭐 어때서? 이혼 두 번 한 사람 처음 봐?'
어느 대학에 가야만 한다, 어느 회사에 들어가야만 한다, 연봉은 얼마 이상을 받아야 한다, 어느 정도 수준의 배우자를 만나야만 한다. 사람을 지치게 하는 건, 그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건, 결국 이 모든 '삶에 대한 당위' 가 아닐까요. 박해일은 결국 '찌질하면 찌질한대로 각자의 몫의 삶을 사는 것이 인생이다' 라는 결론을 내리고, 변화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늘 이러한 정신은 아닐런지. '해야 한다' 가 아니라, '되면 좋지~ 근데 아니면 말고!' 라는 정신. 언제 어느 순간에도 삶을 긍정할 수 있을 때, 인생은 우리에게 선물을 하나씩 주고 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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