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입니다.
오늘은 제가 '멘탈갑 연구소' 를 열고나서 겪는 변화를 한 번 나누어 볼까 합니다.
(흠흠, 아침에 소시지를 2개나 먹었더니 어쩐지 속이 더부룩하군요.)
일단,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입니다.
호칭은 그 자체로 권력을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튀세르였나? 여튼 누군가가 말했죠.
연구소를 설립하기 전에, 저희 모친은 저를 '업자' 라고 부르셨습니다.
제가 여름방학때 하던 인턴을 그만두자, 실업자라는 의미를 내포해서 그런것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왠걸.
저를 '소장님' 이라고 불러주십니다.
님, 자를 붙이니 당연히 예전같은 구박도 많이 줄었죠.
예전에는 '업자주제에' 라며 늘 '주제에' 가 붙곤 했는데,
이제는 '소장님 어디 갔다오셨어요' 라며 존중의 분위기가 형성되곤 합니다.
친구들도 모두 좋아합니다.
우리 연구원들이야 말할것도 없죠.
하지만 친구들중에서도 '뭐하는 짓거리냐' 라는 눈길로 바라보는 이도 있습니다.
삼성에 재직중인 저의 친구 L에게 '연구소 설립' 소식을 전하자,
대뜸 '그거 해서 돈은 뭘로 버는데?' 라는 반응이 나오더군요.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니, 왜 모든 활동이 물질을 위해서 이루어져야 한답니까?
제가 연구소를 설립하고 소장자리에 취임한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긍정하기 위한것이었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면접에서 떨어지고,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취업했습니다.
장난스레 떠들던 백수가 현실로 와닿자 자연스레 '백수란 사회에 쓸모없는 존재' 라는 부정적 생각이 미쳤고, 접시물에 코박고 죽어야겠다, 라는 비관적인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지요.
하지만, 그 다음날 서점에서 읽은 박원순 시장의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이 저의 이런 생각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기존에 있는 카테고리에 속해야만 직업이 아니라, 내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무언가에 열중한다면 그것이 바로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을 이룬것입니다.
특별히 '위로와 관계' 를 특화한 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이유는,
접시물에 코박고 죽고싶다, 라는 저의 개인 블로그 글에 누가 남긴 한 마디 응원댓글 때문이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그분이 '당신의 글에서 힘을 얻는 사람입니다' 라며 저를 토닥여 주시더군요.
저는 무척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댓글을 보는 순간, 내가 하는 블로그 글쓰기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힘을 주고 응원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보람있는 일이 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멘탈갑 연구소' 를 설립하였고, 소장으로 취임하였습니다.
이 연구소는, 1차로 저를 위한것이고, 2차는 누군가가 될지는 모르지만 단 한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저는 멘탈갑 연구소가 단 한사람에게라도 위로를 주고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소임을 다하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의 소장으로서의 사명입니다. <어린왕자>에 보면, 진짜 중요한것은 보이지 않는것이다 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멘탈갑 연구소는 비록 물질적인 산출물은 없지만, 진짜 중요한것을 생각해보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오늘도 소장은 호빵맨 슬리퍼를 신고 사무실에 앉아있습니다.
이 겨울, 모두들 뜨거운 심장으로 이 혹한의 추위를 잘 버텨내시기를 응원합니다.
- 소장 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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