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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실

선생님의 사랑

by 김핸디 2011. 12. 18.

소장입니다.

지난 금요일엔 초등학교 동창회를 다녀왔습니다.
저희반은 '농악 특별반' 이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보다는 단소를 부는 시간이 더 많았고, 남들 다 하는 수업 빼먹고 행사하러 다니고 그랬었죠.

그래서 추억들이 참 많습니다.
몇 명을 제외하고는 졸업 후 처음보는 얼굴이었는데도 불구, 금세 그 시절 별명들을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이유죠^^

선생님도 굉장히 독특하신 분이셨습니다.
체벌도 많이 하셨고, 지금 같으면 인터넷에서 난리날만한 발언들도 서슴지 않고 하셨습니다.
(꽹과리채로 발바닥 맞아보셨나요? 단소로 발톱 찧기 당해보셨나요?)

그래도 모두가 선생님을 참 좋아했습니다.

저도 제 인생에서 '은사' 라고 여길만한 분을 꼽는다면,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좋아하는 분입니다.

왜 일까요.
늘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셨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의외로 어른이 나를 진심으로 대하는지 아닌지를 더 쉽게 알아채립니다.
그리고 나를 믿어준 어른,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어른을 닮기위해 성장합니다.


달구어진 옥상에서 땀과 함께 뒤범벅되어 울리던 농악소리, 아침마다 짧은 호흡에 가슴을 쥐어짜며 불어대던 단소소리, 저려오는 팔을 달래며 불어봐도 바람소리만 픽픽거려 속썩이던 대금소리들이 우리의 것을 소중히 여기는 우리의 소리였었구나. 선생님은 어쩜 그렇게도 못하게하던 일이 많았는지. 그나마도 니네들이 좋아하고 하고싶은일만 골라서 말이야. 하라고 한 것이라곤 단소랑 대금부는 일밖에 없었던 것 같구나. 그것도 부른배 터지도록 욕얻어 먹어가며, 맞아가면서 말이야. 그래도 니네들 모두 사랑했단다. 사랑한다는 말 없었어도, 가슴으로 사랑했단다. 지금도 그리고 나중에도...


선생님이 졸업앨범에 남기셨던 마지막 인사말입니다.
가슴으로 사랑했단다, 라는 마지막 한 마디를 읽어내려가며 어찌나 많이 울었었는지.

선생님과 친구들을 떠올리노라니, 그때가 참 행복한 시간이었던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보고싶습니다.
제가 선생님을 기억하는 만큼, 선생님께도 제가 좋은 제자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소장 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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