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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실

기저율과 최적주의자의 삶

by 김핸디 2012. 9. 10.


 

 

심리학 이론에 '기저율의 무시' 라는게 있습니다. 기저율(base rate) 은 말 그대로 '기본 바탕이 되는 비율' 인데, 사람들이 이 기저율을 무시하는 경향을 지닌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어떤 남자가 지적인 뿔테 안경을 쓰고, 바흐를 들으며 운전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그의 직업을 뭐라고 추정하시겠습니까.

 

1. 대학 교수

2. 트럭 운전사

 

저를 포함해서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학 교수라고 추정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것은 틀린 생각입니다. 그 남자가 대학 교수라는 결정적인 근거가 없는 이상, 트럭 운전사가 대학 교수보다 훨씬 많다는 기저율에 의거해서, 그를 트럭 운전사라고 추정하는것이 확률상 더 정답에 가까운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트럭 운전사가 대학 교수보다 훨씬 더 많다는 기저율을 무시하기 때문이지요.

 

이 질문은 어떻습니까.

 

만약 지금 중고등학교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당신의 자녀가 어느 대학에 갈 것 같습니까' 라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까요. 아마도 백이면 백, SKY를 비롯한 10 위권 대학, 혹은 아무리 못해도 서울 4대문 안에 있는 대학을 댈 것입니다. 자녀의 나이가 어릴수록 SKY를 응답하는 비율은 높아지겠지요. 하지만, 이건 분명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한 해 수능을 보는 수험생수는 약 70만인데 반해, SKY 입학정원은 합쳐도 1만 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기 때문이죠. 취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 및 공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많아야 3만 명인데 반해,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자신이 이 대기업과 공기업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바늘 구멍을 뚫고 입사한다고 한다면요? 신입사원 대부분은 CEO를 패기있게 꿈 꾸겠지만, 대부분은 사오정 퇴출이거나 중견 관리직으로 마감하는게 확률상 가장 높은 시나리오입니다.

 

결국, 삶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가장 확률 높은 인생의 그림은, 적당한 학교를 졸업 해 그저그런 수준의 기업에 입사하고, 남들만큼의 수준에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입니다. 이건 내가 잘나거나 못나서라기 보다는 확률상으로 가장 그럴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저율을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나만은 좋은 학교에 들어가서 신의 직장에 입사하고 CEO가 될 수 있을것이라 믿습니다.

 

하버드 심리학과 교수는 삶을 대하는 태도를 두 가지, 즉 완벽주의자와 최적주의자로 구분합니다. 완벽주의자는 사실 우리가 흔히 가지기 쉬운 모습들이지요. 내 삶은 남들보다 나아야 하고, 잘 나가야 하고, 실패나 좌절은 와서는 안되고. 하지만 최적주의자는 실패를 삶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배움의 일부, 삶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기저율을 고려한다면 누가 더 현명한 삶을 사는 것일까요. 말할 필요도 없이 후자이겠지요.

 

저와 여러분은 모두 소중한 존재지만, 우리는 어차피 SKY를 못 나왔거나, 나왔다 해도 나보다 잘난 사람이 발에 치이도록 많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대기업에 못갔거나, 갔다고 해도 입에 은수저 물고 태어난 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고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지금 나의 형편과 처지가 '확률상 가장 높은 수준' 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체에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고요.

 

좋은 대학 못 나왔어도, 연봉 높은 직장 안 다녀도, 부모님이 물려주시는 재산 없어도, 실패를 밥 먹듯이 해도, 그걸 내 인생이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리 괴롭지 않습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에 만족해 보세요. 내가 가진 것보다는, 하루하루 성취함으로 발전하는 내 모습에 주목해 보세요. 실패를 경험하고, 그것을 통해 배우고, 감사하며 즐길 줄 아는 최적주의자의 삶. 우리는 지금 가장 개연성 있는 삶의 시나리오에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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