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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갑추구실/멘탈갑 : 어록

낙관의 비관

by 김핸디 2012. 4. 7.


어떤 자리에서 잡지 기자들과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잡지에는 상담코너가 있잖아. 그것을 씹었어. "니네 왜 사기를 치냐. '좋은게 좋은 거고, 다 잘 될 거야' 하는 것이 상담의 대부분인데, 거짓말 아니냐, 나는 무례하다고 본다. 

- 김어준


괜찮아, 잘 안 될거야.

- 변영주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냅시다.

-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中







어제, 흥미로운 글을 읽었습니다. 저자는 딱 잘라 말하더군요. '사람들은 낙관주의자가 되기를 좋아한다. 낙관을 하는 순간, 아무런 대비책을 세우지 않아도 되니까 그렇다. 왜? 잘 될 것이니까.' 라고. 그 말을 듣고 솔직히 충격을 먹었습니다. 사실 모두가 낙관과 긍정을 말하는 시대잖아요. 단순한 감정때문이 아니라 심리학 및 뇌과학에서도 실제로 긍정적인 사고가 행동에 있어서도 적극성을 가져오고 좋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확률이 높다고 하고요.


하지만 저자는 '자신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위협이나 문제점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라고 말하더군요. 중요한것은 비관적으로 현실을 분석하되 그 대안과 해법을 찾는데 있어서는 '낙관적' 일 필요가 있는것이지, 무작정 낙관만 외치는것은 위험한 태도라구요. 


생각해보니 정말 그 말이 맞는것 같았습니다.


저는 학교다닐 때 경쟁PT를 많이 했거든요. 그럴때 보면, 남들이 안 찾는 자료까지 찾아내려고 밤 새고, 돋보이는 컨셉 잡으려고 머리 쥐어뜯고, 조금이라도 멋진 PT 하려고 대본만들고 디자인 챙기고 했던게... 사실, '다른조한테 밀려서 우리가 꼴찌하면 어떡하지' 라던가 '다들 아는 사인데 내가 못하면 쪽팔리잖아' 라는 비관주의에서부터 시작되었던것 같아요. '내가 쟤들보다 훨씬 나은데 뭐' 라든가 '이 정도 주제는 껌이지 뭐' 라고 생각해버리면 열심히 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결국 그러한 자만은 화를 불러오기 마련이고요.


그런데, 신기한건 이렇게 비관주의에서 시작하면 정말 노력을 하게 되고 그 노력에서 성과가 보이면 점차 '그래 이렇게 열심히 했으니까 잘 될거야' 라는 낙관주의가 절로 싹튼다는 겁니다. 밤을 새면 샐수록,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 할수록, 느끼는것은 '야 우리 못하면 어떡하냐' 라는 불안감 보다는 '이렇게 준비를 철저히 했으니 잘 될거야' 하는 기대감이더라 이거지요.


결국, 진정한 낙관성을 가져오는것은 '안 될거야' 에서 시작된 현실 분석과 그에 따르는 막대한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찾아가는 '이렇게 하면 될 수 있지 않을까?' 의 실마리에서 비롯되는게 아닌가 합니다. 세상은 가만히 좋은곳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지요.


가만히 내버려두면 악한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입니다. 청소를 하지 않으면 먼지는 쌓이기 마련이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낙제할 뿐이고, 도전을 하지 않으면 지체될 뿐이며, 연습하지 않으면 배우는것이 없고, 잘 될거야 라며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결국 잘 될리가 없으니까요.


잘 안될거야, 희망은 없어, 잘 될거라는 말은 사기야. 여기서부터 진지하게 출발해 봅시다. 중요한것은 여기서 '그래 잘 안될거니까 뭐' 하고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으면 망하고 말테니까 '어떻게 하면 잘 될수 있을까?' 를 고민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아닐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긍정이고, 낙관이며 우리가 힘을 내야하는 진정한 이유 아닐까요.


희망은 없습니다. 그건 주어지는게 아니에요.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힘내야겠지요.


낙관을 비관합시다. 그리고, 진짜 희망을 꿈꿔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