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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사랑방

[멘탈갑 포럼] 당신의 고 3은 어떠셨나요.

by 김핸디 2012. 3. 4.



제 1회 포럼, 당신의 고 3은 어떠셨나요
 

삶을 힘들게하는 여러 주제들에 대해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멘탈갑 포럼. 제 1회 주제는 '당신의 고 3은 어떠셨나요' 로 정했습니다. 매일매일 멘탈갑연구소의 유입경로를 살펴보고 있는데 오늘은 마음이 아프게도 '고3생활 너무싫다' 라는 유입키워드가 있더군요. 그걸 보는 순간, 저 소년인지 소녀일지 모를 10대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품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고3이 너무 끔찍했던 적이 있었으니까요.

상황분석 #

고등학교를 진학하며 제가 세웠던 삶의 인생계획은 '고등학교 영화부에서 활동한 뒤, 청소년 단편영화를 찍어 특채로 대학에 합격한다' 였습니다. 영화감독이 꿈이었고, 고3같은건 생각하기에도 진저리가 났던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 였던 거죠. 하지만, 영화동아리 활동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고 1때 영화감독의 꿈을 버리고,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이 되기로 했죠.

1학년 2학년때는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성격이 활발해서 친구들도 많았고, 학교 행사만 있으면 앞에서 나가서 휘젓고 다니는 스타일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놀다가 처음 맞딱뜨린 고 3의 첫 날은 잊지 못할만큼 강렬했습니다.

애들이 정말 신경이 바짝 서 있더군요. 복도에서 친구랑 떠들고 있는 저에게, 고 1때 꽤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정색을 하며 '조용히해라, 공부하는데 방해된다' 하는 말을 하는데 표정이 진짜 살벌했습니다. 정말이지 고3 3월 첫 달은 쉬는시간에도 완벽한 면학분위기가 조성되더군요. 정말 숨 막혔죠. 하지만, 저도 고3이었던지라 꽤 열심히 그 분위기를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고 3을 버틸 수 있던 요소들 #

그러나, 다행히도 애들은 애들입니다. 10대 인거죠. 저와 제 친구들은 3월 모의고사를 이후로(3월 모의고사가 수능점수로 이어진다, 라는 루머가 있는데 그런 협박은 개무시해도 됩니다. 1년동안 공부하는데... 점수는 분명히 더 오릅니다.) 급속도로 군대식 문화에서 이탈하기 시작했습니다. 살아야 했거든요. 아무리 고3이래도 친구들은 생기게 마련이고, 그 친구들이 그 퍽퍽한 삶에서 그나마 버틸수 있는 가장 큰 요소였습니다.

게다가, 사람에게는 놀라운 '적응능력' 이 있습니다. 그게 쾌락이든 지옥같은 현실이든 처음이야 그 감정에 갇혀 살지, 나중에는 무덤덤해지는 것이지요. 고 3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3월 한달 지나면 4월 부터는 오전 7시 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공부,공부,또 공부의 스케쥴이 나름 익숙해지곤 합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봐도 뭐, 다 공부하니까 제법 시너지 효과도 나오고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 #

대부분의 고 3 아이들은 분명한 대학과 학과 목표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대개 유난히 높은 '넘사벽' 의 목표이기도 하지만(저도 패기있게 SKY를 입에 올리곤 했었습니다.) 모의고사를 보면서 차츰 '해볼만한' 목표가 구체적으로 잡히게 됩니다. 저의 경우에는 고 3 초창기에 담임선생님과 상담에서 미디어관련 학과가 꽤 유명한 세 개의 대학을 지명하였고, 실제로 그 중에 한 대학에 입학하기도 했었지요. 여튼, 중요한것은 3월부터 시작된 본격 레이스에서 성적은 아주 조금씩이라도 오르기 마련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올라가는 성적이 희망이 되면, 고 3 그 끔찍한 1년은 꽤 재밌는 경주 레이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멘탈붕괴의 순간 #

물론, 멘탈붕괴의 시간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저의 경우에는 모의고사 언어등급의 편차가 너무 심했습니다. 1등급이었다가 4등급이었다가. 담임선생님이 종례시간에 '우리반에는 언어등급이 1등급에서 4등급에서 오락가락하는 애도 있는데...' 하며 정신 못차리는 학생의 케이스로 디스를 할 정도였지요. 특히 수능이 얼마 남지않는 10월 모의고사에서 4등급을 맞았을때는 그 충격이 어마어마 했었습니다. 이러다가 수능에도 4등급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모의고사는 모의고사일 뿐입니다. 저는 다행히 수능에서 언어 1등급을 맞았고, 포기하지 않고 죽어라 수학을 판 결과, 모의고사보다 20 점이나 높은 수리영역 수학점수를 맞기도 했습니다. (물론 사탐 외국어는 모의고사보다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요;) 여튼, 모의고사는 수능을 위한 자극제이지, 그 점수에 너무 연연해할 필요는 없다는거 꼭 알아두어야 합니다.

고 3들에게 #

고 3은 분명 힘든 시기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끝이 있다는 것이지요. 1년을 달려가면, 수능이라는 종착역이 나오고, 그 종착역에 다다르면 개개인의 편차는 있겠지만 대충 공부했던 결과가 드러납니다. 열심히 공부했으면 성적은 오르는 거고, 그렇지 않았다면 아쉬운 결과가 나오겠지요.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일것인지 아니면 다시 한번 도전할것인지를 결정하면 됩니다. 고 3이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중 하나는 '공부는 하기 싫은데 좋은대학은 가고싶고' 의 간극 때문이지요.

너무 욕심내지 마십시오. 
지옥같은 1년을 버틴다, 라고 거시적으로 바라보지말고,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친구와의 재밌었던 일에 웃고, 일주일전에는 몰랐던 문제를 풀며 성취감을 느끼고, 한달보다 나아진 나의 모의고사 점수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작은 것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 3, 힘들고 끔찍하지만 그 시간도 여러분의 인생입니다. 힘내세요, 멘탈갑 연구소가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