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어딘가 칼럼을 쓰면서 늙는다는 것에 대해 "입력장치는 고장나고 출력장치만 작동하는 상태'라고 정의한 적이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늙는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현상이 아니라 동물행동학적 현상이다. 입력은 정지되고 출력만 되는 상태. 그러니 머리도 쓸 일이 없다. 이미 알고 있는 것만 출력하니까. 그래서 아무리 얘기를 해도 듣지 않고 하던 말만 계속한다. 몸도 그렇다. 새로 입력 되는게 없으니, 하던 것만을 한다. 누군가가 이런 상태에 있다면 그는 나이 마흔이 안 되었어도 이미 충분히 늙은 것이다. 반면 나이가 일흔이 넘어도 계속 무언가 입력하여 몸과 마음을 바꾸어간다면 아직 늙었다고 할 수 없다.
- 이진경, <삶을 위한 철학수업> 中
소장입니다.
최근 이 책을 읽고 이 구절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실, 요 근래의 제가 그랬거든요. '남들보다 20대때 책도 많이 읽었고, 내가 왠만한거는 아니까 이제는 배우기보다는 이걸 좀 응용해서 살면 되지 않을까' 무척이나 안일하고 거만한 태도였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 구절을 읽고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배우려는 의지도 없고, 새로운것을 받아들이려는 노력도 없다니, 벌써부터 완전히 늙어버린것이로구나.' 충격적이었고,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입력만 없고 출력만 있기 때문에 매번 똑같은 말과 똑같은 행동만 하려한다는 것. 늙음의 징후를 느낀 서른 하나의 저는, 다시금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려고 다시 책을 들고, 좋은 영화를 찾아보려 합니다. 고장난 입력장치를 고쳐나가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깨달아서 다행입니다. 입력하고 또 입력할 것. 좋은 출력Output은 언제나 풍성한 입력input에서 나온다는 것.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멘탈갑추구실 > 멘탈갑 : 어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신주, 문제는 문제가 있는 곳에서 풀어야한다 (0) | 2016.07.25 |
---|---|
강신주, 내가 하는 것이 곧 내 자신이다 (0) | 2015.01.07 |
강신주, 미래를 멀리하는 것에 힘이 있다 (0) | 2015.01.07 |
박민규, 그래 나 부족한 것 많다! (0) | 2015.01.04 |
소설가 김영하, '나만의 내면을 지키기 위해서는 많이 느껴야 한다' (2) | 2015.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