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원 정도만 있으면 거기에 꽂힌 책들은 다 살 수 있는 거예요. 물론 한 번에 다 살수는 없지만, 원한다면 어떤 책이든 다 살 수 있어요. 지금 당장 내게는 한 권의 책이면 충분하니까요. 제게는 미래라는 것도 그런 의미예요. 당장 바로 앞의 시간이 미래인거죠. 지금부터 30년 까지, 이런 식으로 집합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집합적인 미래를 대비하자면, 지금 내게는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해요. 그러자면 얼마나 벌어야만 하는지 계산이 나와요. 그래서 당장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읽지 않고 일단 돈을 버는거죠. 하지만 저는 그런 집합적인 미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당장 눈앞의 순간, 지금뿐이에요.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저는 이 세상의 있는 거의 모든 책을 다 살 수 있는 사람이에요. 어떤 영화도 볼 수 잇으며 어떤 노래도 들을 수 있어요. 제가 가진 돈이 그 정도는 된다는 말이죠. 물론 자가용 비행기를 살 정도의 부자는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 바로 한국에서 파는 음식들은 거의 다 사서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부자는 됩니다. 지금 당장 저는 이처럼 풍요로운데, 왜 한데 묶이지도 않는 미래의 각 순간들을 하나로 묶어놓고 그 순간마다 필요한 돈을 모으려고 애를 쓰겠어요? 한 번에 그 순간 모두를 살 수도 없는데 말이에요. 카프카의 <변신>은 팔천오백 원 정도에요. 지금 이 순간 한 권의 책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거의 거저나 마찬가지예요. 지금 이 순간의 세상에는 그런것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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