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익준1 인생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을 때, 영화 <똥파리>의 감독 양익준 의 시나리오를 쓰게 된 것도 어쩌면 무모한 것이었다.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제작처와 투자처를 찾아다니면서 실망도 많이 했다. 몇 개월 동안 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리며 절망하고 술만 마시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완성시키면서 올봄에 찍어야겠다고 세워놓은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속상했다. 그런데 방에 틀어박혀 봄과 마음을 축내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가을에 찍자.”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거짓말처럼 가벼워졌다. 걱정이 없고, 세상이 편해졌다. 그러고는 방에서 나와 전재산 삼십만 원으로 단편 영화를 찍었다. 얼마 전까지 스트레스로 어쩔 줄 몰랐는데 갑자기 진심으로 행복해졌다. 그리고 그해 가을에 시작해 겨울을 이어가며 를 완성했다. 만약 봄에 찍을 수 없다는 사실에 매달렸다면 가.. 2012. 3. 31. 이전 1 다음